경제·금융

[재미있는 IT] '디카'와 죽다 살아난 사진산업

[재미있는 IT] '디카'와 죽다 살아난 사진산업 820만화소의 캐논EOS1D MarkII 800만화소를 자랑하는 니콘 쿨픽스8700 디지털카메라가 첫선을 보인 것은 지난 81년, 소니가 세계 최초로 제품화에 성공하면서였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디지털카메라가 필름카메라시장을 뒤흔들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만 필름 없이도 영상을 담을 수 있는 ‘신기한’ 전자제품이 선을 보였다는 정도로 관심을 끌었을 뿐이다. 게다가 필름사진은 미세한 은(銀)입자를 도포한 필름이 빛과 반응하면서 고운 화질을 만들어내는 데 비해 거친 화소(畵素)로 만들어진 디지털카메라의 그림은 투박하기 그지없었다. 다만 아날로그 사진은 여러 장의 사진을 만들 경우 화학적 반응 때문에 화질이 나빠지는 데 비해 디지털 사진은 ‘0’과 ‘1’의 독립된 신호가 만들어내는 연산 값에 따라 그림을 그려냈다. 때문에 아무리 복사를 해도 원본과 100% 동일한 사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장점이 눈에 띌 뿐이었다. 그러나 IT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이 같은 장애를 하나씩 해소해나갔다. 급기야 디지털카메라의 핵심부품인 전화결합소자(CCDㆍcharge coupled device)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기존 아날로그카메라의 영역을 허물어뜨리기 시작했다. 이를 반영하기라도 하듯 전세계 카메라시장은 디지털카메라를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돼갔다. 최근 몇 년간 전세계적으로 필름수요가 15~20% 정도 감소할 정도로 디지털카메라는 필름카메라시장을 잠식했다. 이 같은 현상은 사진산업에 재앙으로 다가왔다. 사진업체의 주요 수입원이던 필름ㆍ인화지ㆍ현상액 등의 원자재 매출이 급감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로 인해 이스트만코닥ㆍ아그파 등 주요 사진재료업체들은 경영난에 봉착했다. 하지만 IT기술이 워낙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사진산업의 무게중심은 급속히 디지털카메라 쪽으로 이동했다. 재앙이 다시 행운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필름카메라와 디지털카메라 생산을 병행하던 업체들은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아마도 2000년대 초반은 IT기술이 사진산업에 ‘병도 주고 약도 줬던’ 시기로 기억될 것이다. 우현석기자 hnskwoo@sed.co.kr 입력시간 : 2004-07-12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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