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일본] 엔방어 시험대 올랐다

일본 중앙은행의 엔화 방어능력이 본격적인 시험무대에 올랐다.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엔화 강세(달러 약세)를 저지하기 위해 지난 10일에 이어 14일에도 달러를 대량으로 매입, 엔화를 급락세로 돌려놓았다. 그러나 최근의 경제기조를 감안할 때 일본은행의 개입 능력은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어 달러당 117엔대에서 지리한 공방전이 지속될 전망이다. ◇일본은행의 시장개입: 일본은행이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사들인 달러 규모는 모두 50억달러 정도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10일 뉴욕에서 10억 달러를 쏟아부은 점을 감안할 때 개입 강도가 훨씬 강력해진 셈이다. 그 덕분에 엔화는 개장초 달러당 117.90엔에 거래됐으나 30분만에 120.25엔으로 급락, 지난 8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본측은 117.50엔 수준을 방어선으로 책정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성의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재무관(차관급)은 한술 더떠 『시장이 우리의 확고한 의지를 과소 평가해선 안된다』며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일본이 개입에 나선 것은 무엇보다 경기 회복전에 급격한 엔고 현상을 보일 경우 수출기업의 채산성을 악화시키는 등 부정적인 측면이 훨씬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카키바라 재무관도 『경기 회복을 확고하게 굳히기 위해 과도한 엔화 강세는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헤지 펀드와의 정면 승부: 일본은행의 시장개입은 미국계 헤지 펀드에 대해 정면 승부를 걸었다는 점에서 또다른 관심을 끌고 있다. 헤지 펀드는 올초부터 값싼 엔화 자금을 빌려 미국 국채 등에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를 공격적으로 전개해왔다. 그러나 최근 엔화가 강세로 돌아선데 반해 미 국채는 급락세를 면치 못하자 막대한 손실을 입게된 헤지 펀드는 앞다투어 미 재무부채권(TB)을 내다팔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그 대신 엔고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 엔화를 대량으로 매입하는 쪽으로 투자전략을 바꿔 일본은행과 한판 승부를 벌일 채비를 갖추고 있다. ◇엔화 전망: 일본은행이 전의를 불태우고 있지만 과거 사례에서 보듯 시장에 맞서 나홀로 싸움을 벌이기엔 힘이 벅찬 상황이다. 특히 최근 미국의 주가와 국채 가격이 급락세를 지속하는 바람에 국제금융시장에서 달러 수요가 크게 위축됐다는 점은 일본측에 가장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지난 주말 대형 헤지 펀드인 타이거 펀드의 위기설이 나돈 것도 엔화 강세를 한층 부추기고 있다. 여기다 일본이 지난 1·4분기중 1.9%의 실질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미국과 일본의 펀드멘털이 뒤바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도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유럽의 한 외환딜러는 『펀드멘털과 어긋난 시장 개입은 효과를 보기 힘들다』면서 현재로선 유럽중앙은행(ECB)과의 공조체제 구축 여부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은 달러 약세를 내심 반기고 있지만 유럽측은 달러에 맞서 유로와 엔화가치를 동시에 끌어올리는데 관심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상범 기자 SS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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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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