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아그룹<모터스 아메리카>:5(한국기업의 21세기 비전)

◎“성장·이윤 두토끼 동시에 잡자”/자체브랜드로 미시장 파고들기/연내 딜러망 450개­지역도 동·중부까지 확대/젊은층 집중공략 “올매출 작년2배 10억불”미국 자동차 시장은 세계 최고의 자동차 메이커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곳이다. GM·포드·크라이슬러 등 미국의 빅3를 비롯, 일본, 유럽의 자동차들이 세계 최대 시장인 이곳에서 자동차의 성능과 모양, 서비스를 시험한다. 이 시장에서 자동차를 얼마나 많이 파느냐가 그 나라의 국력과 메이커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 그래서 미국 시장에서 성공하는 것이 세계 자동차업계로서는 사활에 걸린 문제라 할수 있다. 「기아 모터스 아메리카(KMA)」가 갖는 중요성도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 땅에 자체 브랜드를 내놓은지 3년 밖에 되지 않지만, KMA는 양적 성장과 질적 성장의 두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야심에 가득차 있다.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에서 하이웨이를 타고 남쪽으로 30여분 달려가면 「어빈」이라는 한적한 타운이 나타난다. 주소를 들고 방문지를 이리저리 헤메다가 어느 주차장에선가 여기저기 세피아와 스포티지가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옆에 서 있는 아담한 건물이 기아자동차의 미국 판매본부격인 KMA 본사였다. 마침 금요일이어서인지 미국인 세일즈맨들은 모두 캐주얼 복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헐리웃 영화와 실리컨 밸리가 자유분방한 사고에서 탄생했듯이, 캘리포니아인들은 복장부터가 자유분방하다. 지난 1월부터 기아의 미주판매법인을 맡고 있는 김운근사장이 처음으로 내린 조치가 매주 금요일마다 간편한 복장으로 근무한다는 것이었다. 기아 브랜드의 자동차들이 미국에 스무드하게 확산되는 것도 바로 미국인들의 사고에 보다 가깝게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사장의 시장접근 방식도 미국식이다. 성장을 중시하는 한국식보다는 이윤을 중시하는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다. 『우리는 한단계 한단계 움직여 나가고 있습니다. 지나치게 빠른 속도는 지양하고 있습니다. 이윤을 희생하기 보다는 완만한 성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능하다면 성장과 이윤의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 싶다는 것이 욕심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미국시장에서 기아의 성장이 느린 것은 아니다. 오히려 놀랄 정도로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다. 기아가 진출 첫해인 지난 94년 미국에 판 자동차는 1만2천대에 불과했다. 그러나 95년엔 2만5천대, 지난해엔 3만6천대를 팔았다. 올해 판매목표는 무려 7만5천대로, 지난해보다 2배가 넘는다. 이에 따라 KMA의 매출도 지난해 5억 달러에서 올해 10억 달러로 2배나 늘려 잡았다. 오는 2000년엔 15만대를 미국에 수출, 현대자동차에 이어 한국차의 신화를 창조한다는 계획이다. 기아자동차의 미국 수출 역사는 세피아에서 시작된 것은 아니다. 이미 87년부터 프라이드와 아벨라를 미국에 수출했다. 그러나 이들 차종은 「기아(KIA)」라는 이름을 달고 수출한게 아니다. 기아는 포드의 「페스티바」,「아스파이어」라는 이름으로 미국에 들어와 있었다. 이른바 주문자 생산방식(OEM)이었다. 그러나 페스티바와 아스파이어를 미국에 수출하면서 얻은 노하우와 실적이 자체브랜드인 세피아를 수출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94년 2월 세피아의 수출에 이어 95년부터는 또다른 자체브랜드 스포티지를 미국 소비자들에게 선보였다. 기아가 미국에 자체모델을 내놓는데는 어려움이 많았다. 미국 시장은 세계 자동차 전시장이라 할 정도로 많은 차종이 범람해 있고 36번째로 이 사장에 브랜드를 선보인 기아로서는 이미지를 굳히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도요타, 혼다 등 일본차들은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굳이 소비자를 유인할 필요가 없었으나, 기아는 초기에 좋은 브랜드 이미지를 굳히기 위해 소비자를 기아 쇼룸에 유인하는 방법을 채택했다. 처음에는 서부지역에 집중했다. 어느 사이엔가 소비자들로부터 서서히 품질을 인정받았다. 판매가 순조롭게 확대되면서 KMA는 미국내 판매망도 확대하고 있다. 현재 2백30개에 불과한 딜러망을 연말까지 4백50개로 늘리고, 그동안 서부지역에 머물러 있던 판매지역을 동부와 중부로 확대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수도 워싱턴에서 한인교민 단체와 미국 자동차 관계자들을 초청, 리셉션을 갖고 미국 동부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KMA는 미국에서 가장 젊은 회사임을 강조한다. 새롭게 미국에 소개된 자동차로서 젊은 층에 소구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기아의 미국 진출로 80년대 후반부터 감소하고 있던 한국차의 미국 판매 대수가 증가하고 있다.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 뉴스」의 조사에 따르면 80년대말 연간 25만대를 넘어섰던 미국내 한국산 자동차 판매대수는 92년 11만대까지 줄어들었지만, 94년이후 14만대로 늘어났다. 그동안 미국을 다니면서 현대차를 본 한국인들은 마음이 뭉쿨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젠 서부에서 동부로, 그리고 중부로 기아차가 한국인의 마음에 새로운 기억을 새기고 있는 것이다. 올 연말 대우자동차도 자체브랜드를 미국시장에 진출시키면 미국에서 한국 자동차 3사의 브랜드를 모두 자랑스럽게 보게 된다. 기아 모터스 아메리카는 한국 자동차업계가 내수시장에서 경기침체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미국 수출에서 새로운 활력을 찾아나가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어빈(미 캘리포니아)=김인영 특파원> ◎인터뷰/김운근 기아모터스 아메리카 사장/“판촉성공위해 부품공급·서비스향상 역점… 캐나다도 진출 계획” 김운근 사장(51)은 지난 1월 「기아 모터스 아메리카」의 2대 사장으로 부임했다. 그는 『초대 사장이 기아 브랜드를 미국에 론칭하는데 공헌을 했다면 2대 사장은 질적, 양적으로 기아차 판매를 확대하는게 임무가 아닐까요』라며 자신의 입장을 간단히 밝혔다. 『직원을 현재의 1백90명에서 연말까지 3백명으로 늘리고, 딜러망을 2백30개에서 4백개로 확대할 생각입니다. 그렇게 해서 동부와 중부지역에도 딜러망을 확대할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이미 KMA 사장으로 오기전에 미국 자동차 시장에 대한 철저한 사전조사를 마쳤다. 92년부터 93년까지 캐나다 토론토 지사에 근무하면서 미국 진출을 면밀히 조사했고, 미국 자동차의 본고장 디트로이트에서도 근무한 경력이 있다. 서울에 근무할때부터 미국 시장 사업을 전담, 미국에서 중요한 일이 있을때 몸소 달려오기도 한 미국 판매통이다. 유창한 영어실력을 자랑하는 김사장은 미국 딜러와 세일즈맨들과 함께 일을 하면서 미국인들과 그들의 경험을 존중한다며 『미국인들에게 책임감과 결정권한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김사장은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과 같은 학급이면 경쟁심이 생기기 때문에 다른 학급보다 공부를 잘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아차가 미국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기아는 내수시장이 중요했고, 내수시장이 기아를 버텨왔습니다. 그러나 이젠 미국 시장에서 성공을 해서 한국 내수시장을 도와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미국시장에서 기아차의 이미지를 젊은 차로 정했다. 그래서 미국에 와서 젊은이의 정신을 배우기 위해 이른아침부터 조깅과 수영을 하면서 육체을 젊게 하고 있다고 귀뜸했다. 그는 자동차 판촉에서 서비스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부임후 가장 먼저 서비스 인력과 부품 공급망을 확대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사장은 기아차가 연내 미국 전역에 판매망을 확보한후 차차 캐나다 시장으로 진출할 것도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미국 진출을 성공적으로 평가하면서 한국 2위의 자동차 메이커로서 긍지와 사명감을 갖고 판매를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김인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