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中企대출 연장' 은행창구선 헛말

"추가 담보 없으면 강제회수" 자금줄 압박 여전<br>정책 제대로 시달되지 않아 혼선만 가중<br>일부 銀키코소송 이유로 지원 거절하기도


충북의 섬유업체인 A사의 김모 대표는 지난 17일 주거래은행으로부터 한통의 팩스를 받았다. 최근 재무상태를 재점검해본 결과 금융권 차입금이 일년새 232억원에서 298억원으로 불어나는 등 신용상태가 크게 악화됐다며 기존에 신용으로 나간 대출금에 대해 예금 등으로 추가 담보를 제공하라는 내용이었다. 15일 시중은행장들이 모여 연내 만기 도래하는 중소기업 대출을 전액 만기 연장해 주겠다고 선언한 바로 다음날, 이 같은 통보를 받은 김 대표 입장에선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김 대표는 다급한 나머지 은행 창구를 찾아갔지만 아직까지 본점에서 아무런 지침을 받지 못했다며 이달말까지 추가 담보를 제공하지 못하면 강제 회수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얘기를 듣고 힘없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최근 정부가 중소기업의 도산 사태를 막기 위해 만기연장이나 보증 확대 등 유례없이 '화끈한' 지원카드를 내밀고 있지만, 정작 돈줄을 풀어야 할 일선 창구의 상충되는 태도에 기업들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KIKO 피해업체들의 사정은 더욱 갑갑하다. 은행들은 중소기업들의 소송을 취하시키기 위해 자금줄을 무기로 삼아 전방위 압박에 나서고 있다. B업체의 경우 최근 KIKO 효력정지 소송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은행측으로부터 유동성 지원을 거절당한데 이어 올초 키코 미정산 금액을 정산하지 않으면 은행에 맡긴 모든 예ㆍ적금과 외화예금통장에서 강제로 정산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은행측은 여신 담당자들의 소송 취하 요구에 응하지 않자, 사흘 뒤 B사의 동의조차 거치지 않고 적금통장과 외화예금통장에 예치했던 자금을 일방적으로 출금하는 조치를 취했다. 최근 예금통장과 법인카드를 사용정지 당하고 대출 만기연장까지 거부된 C업체도 소송을 포기할 경우 유동성을 풀어 주겠다는 은행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아직 100% 보증, 대출 만기연장 등 정책이 확정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창구에 제대로 지침이 시달되지 않았다"면서 "세부적인 운영방침이 결정되면 무리한 대출금 회수 같은 사례는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중소기업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중기지원 정책에 업계가 고무돼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정책이 수행될 지는 의문"이라며 "부실화에 따른 면책을 한다고 해도, 은행 건전성을 악화시키면 어떤 식으로든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하는 창구 직원들을 움직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감독당국은 18일 중소기업중앙회에 '중소기업 금융애로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보증서 발급과 은행 대출신청에 대한 부당 거부사례에 대한 단속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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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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