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로봇시장을 선점하라] <3> 로봇스포츠가 로봇산업 키운다

태권V…마징가… '로봇 격투기' 뜬다<br>매니아층 중심 게임·경기로봇 폭발적 인기<br>부품·SW개발 등 촉진…정부도 붐 조성 나서

지난 10월26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로봇피아드 2005' 로봇격투기 예선전에서 두 로봇이 서로를 노려보고 있다.

“가로ㆍ세로 2m의 사각 링. 두 로봇이 서로를 매섭게 노려본다. 서서히 상대의 주위를 돌면서 빈틈을 찾아낸다. 앗! 허리가 비었다. 순식간에 다리를 뻗어 허리를 공격, 상대를 쓰러트린다. 카운터가 시작된다. 하지만 상대는 열을 셀 동안에도 일어나지 못한다. 날카로운 발 공격의 충격이 컸던 모양이다. 남은 로봇이 승자가 된다.” 최근 매니아층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로봇격투의 연속 장면이다. 로봇격투기는 두 다리와 두 팔을 가진 인간형 로봇이 격투를 벌려 상대방을 쓰러뜨리는 경기로, 몇 년전 일본에서 시작된 후 국내에서도 인기를 얻어가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아직은 ‘로봇’ 격투라고는 할 수 없다. 옆에서 실제 인간이 무선조종기를 갖고 로봇선수를 조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만간 사람의 도움이 없이 자체판단으로 싸울 수 있는 로봇이 나올 전망이다. 로봇격투 등 로봇스포츠가 인기다. 태권Vㆍ마징가 등 상상 속의 로봇들이 현실에서 겨루기를 하는 것은 묘한 감동까지 불러일으킨다. 특히 로봇스포츠는 로봇산업 발전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포뮬러원 등 자동차경주가 자동차산업에 이바지하는 역할과 같다. 로봇경기를 통해 로봇에 들어가는 부품이나 소재 등을 개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 못지않은 지능형 로봇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로봇에는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지능시스템 뿐만 아니라 배터리ㆍ모터ㆍ센서ㆍ외장소재 등 수많은 부품ㆍ소재가 필요하다. 로봇산업이 향후 수 십년 안에 자동차산업을 능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것은 이런 종합 산업적인 성격 때문이다. 로봇 속에 들어가는 부품을 개발ㆍ생산하는 로보티즈의 김병수 사장은 “로봇을 움직이는 데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소프트웨어”라며 “반면 부품 등 하드웨어 문제는 수요가 늘면 가격이 내려가고 더욱 정교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로봇스포츠 활성화의 이유로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는 로봇과 함께 소비자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즐거움을 주도록 프로그램된 로봇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업용 로봇이나 청소로봇 등이 전자라면 엔터테인먼트 로봇은 후자인 셈이다.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오락성을 가미한 로봇이 인기를 끈다는 것이다. 김 사장이 포착한 것은 이런 소비자의 의식변화다. 국내에서 아직은 청소라는 단순 노동을 맡을 청소로봇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점점 엔터테인먼트용이 각광을 받을 것이란 생각이다. 교육과 오락을 합한 에듀테인먼트가 로봇산업에도 적용된다는 자신감이다. 로봇스포츠 인구가 늘면서 회사의 매출도 급신장하고 있다고 로보티즈측은 설명했다. 최근 내놓은 만능로봇 키트인 ‘바이올로이드’는 교육 및 로봇경기용으로 인기다. 로봇스포츠 문화에 앞선 일본서도 이 회사 제품이 경기용 로봇에 핵심부품으로 들어간다고 한다. 결국 우리나라가 세계 휴대폰ㆍ디스플레이 시장을 석권한 동력이 소비자들의 왕성한 수요였음을 감안할 때 향후 로봇스포츠를 통해 그런 관심과 수요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리라는 것이 로봇산업 종사자들의 기대 섞인 전망인 셈이다. 다만 아직 로봇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학생이나 중소ㆍ벤처기업에 머물고 대기업들의 참여가 저조한 것은 아쉬운 점이다. 일본의 경우 기존 완구제조업체들 뿐만 아니라 대기업들도 신성장동력 개발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보내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정부도 늦게서야 로봇스포츠가 로봇산업 발전에 기여함을 인식했다. 정부는 국내 최대규모의 로봇스포츠 축제인 ‘로봇피아드 2005’를 지난 10월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고 로봇붐 조성에 직접 나섰다. 윤종구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 산업기계표준과장은 “로봇스포츠도 재미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고 있다”며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게임용 로봇을 만들면서 부품개발을 촉진하고 기술수준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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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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