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경제와 안보 달린 쌀수입 전면개방

정부가 쌀수입을 내후년부터 전면 개방하기로 방침을 굳힌 모양이다. 관변연구소인 농촌경제연구원이 '농민의 77%가 쌀 관세화(수입 전면개방)에 찬성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데 이어 국회입법조사처가 야당 의원에게 비슷한 내용의 자료를 제출했다니 정부 내에서 광범위한 의견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쌀시장 전면개방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정부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 무엇보다 더 유예하기 힘든 처지다. 지난 1994년과 2004년 두 차례에 걸쳐 쌀수입 개방을 미뤘으나 그 시한이 내년으로 다가왔다. 전면 개방이냐, 아니면 현 상태의 연장이냐의 기로에서 정부는 약속을 지키려는 데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 같다.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대내외에 제시한 개발 일정을 준수하려는 정부의 방침은 타당성을 갖는다. 그러나 쌀시장 완전 개방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당장 완전 개방으로 관세화를 택하더라도 예기치 못한 변수가 적지 않다.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는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일단 관세화로 전환한 뒤 중국이 쌀에 대한 특혜관세를 주장하고 나올 경우 관세율이 무너질 우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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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진행될 도하개발어젠다(DDA)에서 쌀을 예외조항으로 두는 데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들이 2004년 이후 추가적인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현상유지 상태에 머물러 있는 마당에 우리만 굳이 개방 일정을 지키려 협상 카드를 스스로 포기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식량안보 차원의 고려다. 식용곡물의 자급률이 45.1%, 사료를 포함한 전체 곡물 자급률은 24.6%로 하락하고 쌀 재배면적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성급한 완전개방은 곡물 자급률을 더욱 떨어뜨릴 수 있다. 시장 완전개방은 이 같은 경제ㆍ안보 차원의 이해득실을 면밀히 따져야 마땅하다.

경계해야 할 것은 쌀시장 개방에 정치논리가 개입하는 경우다. 어려운 농민들의 처지를 악용하려는 정치적 접근은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 뿐이다. 정부는 정치세력의 개입을 차단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생산적인 논의를 이끌어내야 할 책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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