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中의 변화가 우리에게 주는 것

한광수<인천대 동북아통상대학장>

중국에 후진타오 체제가 들어선 지 2년 반이 지났다. 그동안 중국 경제는 경기과열의 우려를 끌어안은 채 9%대의 초고속 성장을 지속해왔다. 표면적으로 중국 지도부는 ‘인본주의 균형발전’을 내세우고 적정 성장을 다짐하고 있지만 내심으로는 9%대의 고공비행을 그다지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눈치다. 경제성장률은 지난 2년에 이어 올 상반기도 9% 초과가 확실하다. 이처럼 날로 커가는 중국시장을 우리 기업인들은 두렵고 놀라운 눈으로 바라보는 한편 사상 유례없는 사업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올해 한ㆍ중무역 규모는 1,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며 5년쯤 후에는 2,000억달러에 도달할 것이다. 이런 가운데 사회주의 중국체제에도 자본주의 국가와 붕어빵처럼 닮은 사회 문제들이 여기저기서 불거지고 있다. 사회 양극화, 고용 없는 성장, 끝 간데없는 부정부패 등…. 소득불평등도를 반영하는 지니계수도 0.4를 넘어선 지 벌써 5년째다. 이런 와중에 부동산에 대한 투기가 달아오르고 있으며 이 대열에 일부 한국인들도 한몫 거들고 있다. 상하이ㆍ항저우ㆍ베이징의 고급주택이 투기의 주요 표적이다. 지난 5월11일 중국 정부가 투기억제책을 내놓자 약발이 먹혀들어 부동산시장이 주춤한 상태라느니, 오히려 새로운 큰판이 벌어질 것이라느니 어지러운 판에 갈 곳 몰라 헤매는 부동자금이 국채로 몰리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주식시장도 심한 부침을 거듭하고 있다. 시장경제는 풍요로움과 동시에 병폐들도 같이 가져온다. 이를 두고 일찍이 덩샤오핑은 ‘벌레가 두렵다고 창문을 열지 말라는 말이냐’고 두둑한 뱃심을 보였다. 고속성장 속에 투기열풍과 각종 문제로 얼룩져가는 중국 시장경제의 모습은 불안한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날로 중국의존도가 증대하는 우리 경제에 청신호일 리 없다. 중국의 변화에 가장 기민하고 강력하게 대처하는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은 21세기 세계전략을 중국의 변화에서 찾는다. 중국 주변은 통제하고 중국 내부시장은 활용하는 것이다. 세계 최대 경제권이 태동하는 중국 동부는 한반도 문제와 양안 문제를 걸어 미ㆍ일동맹으로 대처하는 한편 세계 석유의 보고인 중국 서부 중동 지역은 에너지 안보를 내세워 러시아 서남부에서 카스피해에 이르는 석유 벨트에 새로운 군사기지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제임스 울시 전 미 중앙정보국장의 말대로 미국은 4차대전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다른 한편 중국과 동아시아 지역과의 시장협력에는 전례 없이 적극적이다. 이것이 중국의 부상에 대처하는 미국의 방식이다. 미국은 한반도에서도 날카롭고 섬세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중국을 의식한 아시아 전략의 일환임은 물론이다. 특히 북한에 대해서는 북핵과 인권을 비롯해 많은 대응 카드를 축적해나가면서 봉쇄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당분간 6자회담을 활용해 외교적ㆍ평화적으로 북한체제의 변형을 추구한다는 방침도 자리를 잡은 듯이 보인다. 위기에 처한 북한은 중국을 모델로 미국과 정상적인 관계 수립을 통해 발전의 계기를 잡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체제의 취약점이 핵 문제로 집약돼 나타나고 있는 형국이다. 이번 한ㆍ미 정상회담의 의제였던 북핵 문제도, 한ㆍ미동맹도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회담 전에는 긴장감이 감돌았으나 결과는 다소 안도감을 주고 있다. 한반도가 강대국들의 표정에 따라 이처럼 일희일비하며 사는 질긴 운명의 사슬을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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