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폭격을 받았다.’ 코스닥 투자자들은 23일 주가가 폭락하자 ‘패닉’이라고 할 정도로 혼란 상황에 빠져들었다. 역시 코스닥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연초 코스닥 투자에 나선 회사원 정모씨는 “올해는 코스닥이 오를 줄 알고 투자에 나섰다가 낭패를 보게 됐다”며 “역시 코스닥은 믿을 수 없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코스닥시장에서는 투매가 투매를 부르고 불신이 불신을 키우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한 증권사 지점장은 “단일 종목 주가도 아니고… 이렇게 빠질 수도 있네요”라며 할 말을 잊기도 했다. 이날 코스닥시장에서는 하한가 347개 종목을 포함해 895개 종목이 떨어졌으며 사상 처음 서킷브레이커스까지 발동됐다. ◇계속된 급락이 공황성 투매 불러=이날 코스닥시장의 급락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명확한 진단을 내리지 못했다. 오전만 해도 ‘이제부터 가격조정은 어느 정도 끝나고 기간조정을 거칠 것’이라던 입장을 보였던 전문가들은 오후 들어 “추세가 바뀐 것 같다”며 “기술적 반등을 이용해 현금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영곤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코스닥은 유가증권시장의 프로그램 매매처럼 종목별로 받아줄 수 있는 수급이 없는데다 미수금 해소 매물을 비롯한 급매물이 나오면서 급락했다”며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스닥이 코스피보다 더 빠진 이유로 ‘그동안 많이 올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코스닥 상승률은 전세계 증시에서 최고를 기록했다. 그만큼 하락장에서는 더 많이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개인투자자 비중이 93%로 절대적인 시장 특성상 군중심리가 확대되면서 투매가 나오고 ▦기술적 반등 없이 급락해 시장 공포감이 커진데다 ▦유가증권시장과는 달리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영향력이 적어 시장의 불안정성이 증폭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객장도 반대매매로 급박=객장 분위기도 며칠 전 주가 급락이 시작되던 때와는 조금 달라졌다. 이날 오전 내내 미수거래를 한 투자자들의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미수금 잔액은 최근 2조7,000억원대까지 올라갔으며 특히 지난 17일 급락장에서는 오히려 더 늘어나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이 염려돼왔다. 채수홍 대우증권 서초동지점장은 “지수가 급락하면서 아침부터 미수거래에 대한 반대매매가 많이 이뤄졌으며 신용거래 역시 담보(원금) 한도를 넘어서면서 반대매매가 많았다”며 “공황 상태를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중소형 증권사에서는 미수거래에 따른 반대매매를 일시 연기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대규모 펀드 환매와 같은 최악의 사태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는 게 증권사 지점장들의 전언이다. 조현준 대한투자증권 신림역지점장은 “일부 펀드 문의가 있긴 하지만 향후 반등 전망이 주 관심사”라며 “주가가 더 큰 폭으로 빠지지만 않는다면 펀드 환매사태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심리 회복이 관건=코스닥시장에서는 기관의 로스컷(손절매) 물량이 대거 쏟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또 일반 투자자들이 투매에 동참하며 수급구조도 깨졌다. 강현철 우리증권 연구위원은 “지난해 3ㆍ4분기 이후 적립식 펀드 자금이 유입되면서 기관들을 중심으로 코스닥시장에서 수익률 게임이 벌어졌으나 이제 기관마저 손절매에 나서며 수급은 깨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주가가 급락하면서 당분간 수급이 꼬일 수밖에 없다”며 “추가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투자심리를 회복하는 게 관건”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 투매보다는 바닥을 확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