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 골드만삭스의 위기, 월가의 위기


월가에서 골드만삭스처럼 평가가 극적으로 추락한 은행도 드물다. 한때는 첨단 금융의 선구자이자, 수많은 고위관료를 배출해 월가의 모델로 칭송 받았지만, 금융위기 이후에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하는 '흡혈 문어'로 전락했다. 최근 회사를 떠나는 한 중간간부가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조직문화를 비판한 글은 골드만삭스의 치부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지난 1869년 독일계 유대인인 마르크스 골드만이 차용증 거래 가게로 문을 연 후 140여년의 역사를 이어오면서 세계 최고의 투자은행(IB) 자리에 올랐던 골드만삭스의 힘은 무엇보다 팀워크를 강조하는 조직문화였다. 골드만삭스는 머리 좋고 적응 잘하는 직원들을 뽑아 충실한 보병으로 키워냈다. 구성원 모두는 조직에 충실하고 발 빠르게 정보를 공유했다. 컬트가 너무 강해 '광신적 집단'이라는 평을 낳기도 했지만, 신뢰와 믿음을 바탕으로 한 독특한 팀워크 문화는 골드만삭스 성장의 원동력이었다.


이러한 골드만삭스의 문화가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특히 고객과의 관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자본시장의 게이트 키퍼로서 자신들의 상품에 대해서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던 문화는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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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버블이 꺼질 것을 예상하면서도 고객들에게 투자를 권유하면서 자신들은 반대방향의 파생상품에 투자해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가 이것이 들통나 5억달러를 물어낸 일이나, 2001년 그리스가 유로존(유로화 사용국)에 가입할 수 있도록 파생상품을 거래해 부채를 줄이도록 분식회계를 한 것은 믿음과 신뢰가 있어야 할 자리에 탐욕이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월가의 다른 투자은행들은 경쟁자인 골드만삭스의 허물 덮어주기에 급급하고 있다. JP모건의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한 사람의 견해에 근거한 내용을 싣는 신문에 놀랐다"며 골드만삭스 경영진들을 옹호했다. 따뜻한 동업자정신이라기보다는 파문이 커져 자신들한테도 혹시 불똥이 튈까 우려한 때문일 것이다.

1800년대 말과 1900년대 초 두 차례나 중앙은행 역할을 하며 미국 경제를 파국에서 끌어올린 전설적인 은행가 JP 모건은 말년에 의회청문회에서 금융인으로서의 성공요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품성'이라고 답했다. "돈으로 사람의 명예나 신뢰를 살 수 없고, 믿지 않는 사람에게는 아무리 그가 예수님의 나라에서 발행한 채권을 담보로 내놓더라도 돈을 빌려주지 않습니다."위기를 겪고 있는 골드만삭스, 나아가 월가의 은행을 주무르는 인사들이 JP 모건의 절반만이라도 쫓아갔으면 좋겠다.

이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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