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담양군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전남 담양의 H펜션에서 불이나 훈련과 수련모임을 겸해 온 대학생 4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을 입었다.
화재 발생 당시 학생 등 투숙객 26명(소방 당국 추정)은 단층 형태의 황토 흙담집 옆 가건물 형태의 바비큐장에서 고기를 구워 먹고 있었다. 달궈진 불판에서 고기 기름과 함께 불이 나자 누군가 물을 뿌렸고 이에 '펑'하는 소리와 함께 불똥이 튀어 지붕에 불이 붙고 이후 빠른 속도로 번진 것으로 소방당국은 추정했다.
이들은 불이 나자 출입문을 향해 뛰었지만 고기를 굽던 테이블 4개가량이 직사각형 구조의 바비큐장 가운데에 있는 출구를 막고 있어 빠져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불이 난 바비큐장은 바닥은 나무, 벽은 샌드위치 패널로 돼 있었고 천정은 억새로 지어진 탓에 작은 불꽃에도 마치 화약고처럼 삽시간에 큰 불로 번진 것이다.
학생들이 음주 중이어서 신속한 대피가 어려웠던 것도 피해 확대의 원인 중 하나로 소방 당국은 보고 있다. 이날 오전 추운 날씨 속에 담양의 패러글라이딩 훈련장에서 운동한 학생들은 저녁식사를 하며 술을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를 목격한 주변 주민 진술에 따르면 학생들은 불이 난 직후 바비큐장에서 빠져나왔으나 일부는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거나 경황이 없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넘어지고 뒤엉키며 겨우 피신한 학생들은 안에 4명의 학생이 더 남아있다고 소리치기도 했다.
특히 사고 현장에 소화기를 비롯한 기본적인 소방장비조차 갖춰지지 않아 초기진압에 실패한 주된 이유로 꼽힌다. 한 생존자는 "화재 현장에 소화기가 없어 인근 객실에서 간신히 찾아 진화에 나섰지만 여의치 않았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숙박시설의 경우 33㎡당 1개의 소화기를 비치하도록 돼 있어 사고 펜션의 경우 적어도 10개 이상의 소화기를 비치해야 하지만 정작 화재에 가장 취약한 바비큐장에는 한대도 배치하지 않은 셈이다.
또 불이 난 H펜션 바비큐장은 건축물 대장에는 찾아볼 수 없는 불법 건축 시설이었고 자치단체는 소방 점검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안전을 방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 관계자는 "당초 시설 허가를 받을 땐 야외에 있었던 바베큐장을 이후에 내부건물로 불법 개조해 운영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건축물 대장상 이 펜션의 대지면적은 1,236㎡, 연면적 415㎡, 건축면적 315㎡이다. 건축물 현황은 가동 1~2층, 나~라동 1층 등 대부분 숙박시설 용도였으며 가동 1층 일부는 일반음식점이었다. 가동은 적벽돌·슬라브 구조, 나~라동은 일반 목구조와 목조지붕 구조라고 적혀있다.
바비큐장은 건축물 대장에서 찾아볼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별채형 황토집이 9채가 있는 실제 객실 배치도와도 일치하지 않았다. 대장에 신고된 1동이 연결된 형태의 건물이어서 숙박용 건물 신고에는 이상이 없어 보인다고 담양군 측은 전했다. 아울러 이 펜션의 주인이 현재 광주시의 한 구의원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아울러 10년 가까이 운영해온 펜션의 건축물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한 행정기관의 부실한 관리실태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H펜션은 연면적이 1,000㎡에 못 미쳐 안전 점검대상도 아니라는 점에서 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숙박시설에 대한 관리 강화도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담양군의 한 관계자는 "발령받은 뒤 점검한 사실이 없으니 지난해부터는 점검이 없었던 것 같다"며 "그 이전에 점검이 있었는지는 확인해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