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산은캐피탈 경영위기] 리스산업 벼랑끝 내몰려

산은캐피탈의 경영위기는 한때 국내 설비투자자금 가운데 20%를 공급하며 호황을 구가했던 리스산업이 사실상 막을 내렸다는 신호다. 또 벤처투자와 대출, 카드영업 등으로 사업을 넓히며 활로를 모색중인 여신전문금융업 전체가 심각한 어려움에 빠졌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산은캐피탈의 경영위기로 산업계가 느끼는 충격을 의외로 크다. 산은캐피탈이 신규영업을 중단하고 기존의 투ㆍ융자자산 회수에 나섬으로써 거래업체들의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다. 더구나 다른 여신금융사들도 몸을 바짝 움츠리고 있어 `금융공백`이 심화되고 있다. ◇고속성장의 주역, 리스산업 몰락=산은캐피탈은 국내 최대의 리스사 `산업리스`가 전신(前身)이다. 한국기술금융이라는 벤처캐피탈 회사와 합병해 지난 99년3월 산은캐피탈로 거듭났지만 결국 4년만에 최악의 위기상황에 몰리게 됐다. 외환위기로 대기업들이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중소기업들이 연이어 도산하면서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급속히 줄어들자 리스사도 내리막길로 들어섰다. 그래서 벤처투자로 주력사업을 전환했지만 2000년 이후 코스닥시장이 무너지면서 또 다시 큰 손해를 보게 됐다.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치며 17개 전업리스사가 여신전문금융기관으로 살아 남았지만 맏형격인 산은캐피탈의 생사가 불투명해지고 어깨를 나란히 했던 한국개발리스도 매물로 나오는 등 리스사들은 한국 금융계에서 사라지고 있다. ◇영업중단으로 거래업체 경영난=산은캐피탈은 이미 자본금 6,980억원중 5,840억원이 잠식된 상태. 이처럼 경영이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신규영업을 중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거래업체들이 큰 어려움에 빠졌다. 산은캐피탈로부터 100억원 가량의 부동산담보대출을 2년간 빌려 써 온 C기업은 최근 만기대출금을 전액 상환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 업체 관계자는 “산은캐피탈측이 내부 사정을 이유로 대출금을 속속 회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신용상태에 변화가 없음에도 거래선을 바꿔야 하는데 따르는 불편과 비용이 크다”고 말했다. 산은캐피탈과 거래하는 기업은 2,000여개. 신규 여신을 중단하고 기존 여신을 회수하면서 관련 업체들의 유ㆍ무형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산은캐피탈의 운명은?=산업은행이 가장 바라는 것은 산은캐피탈의 매각이다. 산업은행 고위관계자는 “적당한 가격에 팔 수만 있다면 하루빨리 매각하는 게 최선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원매자를 찾을 수 없는 실정이다. `매각`이 비현실적이라면 자본을 대거 투입해 회생을 모색하거나 아니면 아예 정리절차를 밟는 방법 밖에 없다. 산은이 어떤 결정을 내릴 지는 불투명하다. 돈을 대는 것도 부담스럽고 정리해서 자산ㆍ부채를 떠안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래 저래 산은캐피탈은 애물단지가 됐다. 산업은행으로서는 산업증권에 이어 뼈아픈 자회사 경영실패의 연속이다. <최원정기자 abc@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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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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