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유럽 국채시장 ECB 양적완화에 베팅

6일 통화정책회의 앞두고

주요국 국채금리 일제 하락


오는 6일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에서 양적완화 조치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럽 국채시장에 번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추가 금리인하 이후에도 물가가 좀처럼 오르지 않으면서 디플레이션 방어를 위해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이번에는 추가 부양 카드를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다. 또 우크라이나 사태로 불확실성이 증폭됨에 따라 ECB가 미약하나마 회복세를 보이는 유로존 경기가 다시 가라앉을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독일·프랑스·스페인 등 주요 유럽 국가의 장기물 국채금리가 지난달 24일 이후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냈다. 독일 10년 만기 국채는 24일 1.677%에서 27일 1.56%로, 스페인 국채는 같은 기간 3.542%에서 3.482%로 하락했다. 이는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6일 ECB 회의에서 추가 부양조치를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에 베팅하는 채권 투자자들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드라기 총재는 지난달 호주에 서 열린 주요20개국(G20) 회의에 참석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에 디플레이션 위험은 없다"고 전제한 뒤 "만약 물가상승률에 대한 전망이 좋지 않을 경우 행동을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로런스 무트킨 BNP파리파 글로벌 금리전략가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유럽 채권시장의 움직임은 글로벌 거시경제의 영향보다 ECB의 양적완화 조치에 대한 기대감에 기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드라기 총재는 지난해 11월 기준금리 인하 이후 "디플레이션 방어를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는 발언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ECB는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0.5%에서 0.25%로 전격 인하했지만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2월 0.9% △올 1월 0.7% △2월 0.8%로 ECB 물가목표치(2%)의 절반도 넘지 못하고 있다. 실업률 역시 12%대에서 고공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시장에서는 추가 부양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컸으나 드라기 총재는 이후 열린 세 번의 통화정책회의에서 추가 조치를 전혀 내놓지 않아 시장을 번번이 실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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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 통화정책회의는 2016년까지 중기 물가전망을 내놓는다는 점에서 기존과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2016년까지 유로존 물가상승률이 2%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면 추가 부양 카드를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판단이다. UBS의 라인하르트 클루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만약 ECB가 2014~2016년 인플레이션 전망을 하향 조정하게 되면 추가 부양책 가동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만약 ECB가 추가 부양책을 내놓는다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스타일의 채권매입 방식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채매입을 통한 유동성 공급이 실물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연준도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를 낮추기 위해 모기지채권을 매입해왔다. 드라기 총재는 올해 초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ECB가 선호하는 양적완화 방식은 은행들이 가계나 기업에 대출해준 채권을 패키지로 매입하는 방식"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경우 은행들의 재무상황이 개선되고 추가 대출 여력이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BNP파리파는 최근 "민간채권과 국채를 합쳐 3,000억~5,000억유로 규모의 채권매입 프로그램을 하반기 중에 실시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불태화정책(sterlisation) 중단 여부도 관심 대상이다. 불태화정책이란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 때 ECB가 국채매입 프로그램을 통해 공급한 유동성을 다시 흡수한 정책을 의미한다. 이를 중단하면 시중에 1,750억유로가량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셈이어서 양적완화와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24명의 ECB 통화정책회의 멤버 중 양적완화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여전한데다 최근 유로존 실물지표가 느리지만 개선되고 있다는 점 때문에 '명분 쌓기'를 위한 시간이 더 소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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