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를 찾는 노인들의 호응으로 전국 각지에서 실버취업박람회가 열리고 있지만 정작 일자리를 제공해야 할 민간 업체들의 참여는 부진해 박람회 개최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박람회를 주최하는 자치단체들은 넘치는 구직 수요를 맞추느라 공공부문 일자리늘리기에 매달리는 등 골머리를 앓고 있다.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노인대상 취업박람회 중 가장 큰 행사인 ‘하이서울 실버취업박람회’는 회를 거듭할수록 참가 구직자 수가 늘고 있다. 2003년 6월 첫 행사때 2만2,000명 수준이었던 참가자 수가 지난 6월 세번째 박람회에선 3만3,000명대로 급증했다. 접수된 이력서 수도 1만5,000여건에서 2만1,000여건으로 40% 가량 늘었다.
하지만 구직 노인 증가 추세와 반대로 박람회에 참여하는 민간 기업의 수는 오히려 줄고 있다. 첫 박람회때 220개였던 참여 업체 수는 2회 행사때 497개로 늘었지만 3회 행사에선 368개로 줄었다. 오는 21일 개최되는 4회 행사에는 이 보다 더 적은 250개 정도의 업체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민간업체 참여가 줄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전반적인 경기 침체의 영향 때문. 20~30대 청년층 일자리 창출도 어려운 상황에서 업체들이 노인들을 위한 일자리까지 내놓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나마 참여하는 기업도 경비ㆍ보모ㆍ택배배달원ㆍ운전수 등 단순직을 소수 모집하는 영세 업체가 대부분으로 숙련된 업무 경험을 갖춘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업체들의 참여는 더더욱 부족하다는 게 박람회 주최 자치단체들의 하소연이다.
이 때문에 일자리를 내놓아야 할 민간업체를 대신해 박람회를 주최하는 자치단체가 일자리 발굴에 매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5일 대전시가 개최했던 대전실버박람회에서는 1,000개 일자리 중 400개 이상이 공공부문에서 제공됐다.
서울시도 오는 4회 행사를 앞두고 민간부문 일자리가 부족해 각 자치구와 산하 기관에 협조 공문을 보냈다. 그 동안 용역을 주던 시설관리공단의 지하상가 경비인력, SH 공사의 경비ㆍ청소 인력도 모두 박람회 일자리로 돌렸다. 시는 일자리 창출 우수 자치구나 산하 기관에는 재정적 지원 같은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