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韓母留學之敎

지금의 입시제도도 만만치 않지만 오는 2008년부터는 내신과 수능뿐 아니라 논술까지 모두 잘해야 하는 이른바 ‘죽음의 트라이앵글’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고 한다. 부모와 학생들이 겪어야 할 무한경쟁의 끝이 도대체 어디인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학교와 교사는 경쟁의 무풍지대에 놓아두고 학생들만 닦달하면 우리 교육 수준이 높아질 것처럼 몰아가고 있는 것이 오늘 우리의 교육 현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같은 현실에 대해 많은 교육수요자들이 ‘해외유학’을 자녀교육의 대안으로 선택하고 있다. 그 결과 2011년이면 유학ㆍ연수수지적자가 100억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지난 2005년에 이미 동반가족생활비 등을 포함한 유학ㆍ연수비가 1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해외유학을 떠나는 학생들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면서 숫자가 급격히 늘어남은 물론, 대상국도 선진국에서부터 동남아ㆍ아프리카 국가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국내에서 평준화 논쟁을 벌이는 동안 교육수요자들은 이미 세계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해외유학이 늘어나면서 부모의 빈부 격차가 자녀의 영어실력 차이를 낳고 영어실력의 차이가 다시 빈부 격차를 확대재생산한다는 이른바 ‘잉글리시 디바이드(English Divideㆍ영어격차)’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기도 한다. 교육 불평등 문제가 이제 국내 교육시장의 범위를 넘어서게 된 것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나. 참여정부가 고수하고 있는 평준화논리가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국내에서 어렵사리 평준화를 유지한다 치더라도 국제적 경쟁력의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몇 년 후면 나아질 것이라고 하면 설득력이 있을까. 집 없는 설움은 참고 기다릴지 모르지만 자기 자식의 경쟁력이 뒤떨어지는 것을 알면서 참고 기다릴 국민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력이 세계 11위권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는 뒤집어 말하면 한국에서 한 개인이 생존하고 나름대로 행세(?)하기 위해서는 이제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가져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미국 변호사자격증이나 MBA 학위만 있으면 한국에서 마치 저명인사(?)처럼 행세할 수 있었던 시절은 지나도 한참 지났다는 말이다. 한국의 부모들은 이 사실을 감각적으로나 사회 생활의 처절한 경험 속에서 절감하고 있다. 그러기에 경제적 어려움은 물론 가족과의 생이별까지도 불사하면서 자녀를 해외로, 해외로 보내는 것이 아닐까. 만일 국내의 영어교육으로 충분하다면, 국내 박사학위로 대학 교수가 되는 데 크게 어려움이 없다면, 한국에서 공교육만 잘 받아도 사회에 나가서 해외파들과 어느 정도 경쟁할 수 있다면, 자신이 낸 세금으로 운영되는 교육시스템을 떠나 해외로 나갈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한국 학생의 학업성취도가 세계적으로 높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공교육과 사교육이 그 결과에 각각 얼마만큼씩 기여했을까 하는 궁금증을 갖게 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교육비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여개 국가 중에서 중하위권을 맴도는데 사교육비 비중은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는 OECD의 발표는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결국 해결책은 우리 공교육을 세계적 수준으로 높이고 소득이 낮은 집안의 학생들도 학비 걱정 없이 공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문제는 한국의 교육정책이 너무나도 당연한 이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느냐는 점이다. 빈곤의 대물림을 막기 위해서는 교육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럼에도 양극화 문제 해결을 강조하는 참여정부에서 교육 투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느낌이다. 게다가 교사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의 실천도 아직까지는 크게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평준화 논쟁만 요란한 가운데 해외로 가는 학생들은 늘어만 가고 교육 격차로 인한 빈부 격차가 더욱 심각해지고 고착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대선의 해를 맞아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닌 공교육 확립’을 위한 대권주자들의 소신 있는 정책 대안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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