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선거서 승리 하려면 대중의 속성 꿰뚫어라"

강한 것이 옳은 것을 이긴다<br>박성민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br>세계화·정보화 등 영향<br>대중도 선거 적극 대응<br>정치 패러다임 큰변화


우리나라 남자들의 술자리에서 오르내리는 빠지지 않는 주제 두 가지를 꼽으라면 아마도 군대와 정치일 듯 싶다. 군대가 남자들에게 젊은 시절 꽃다운 청춘을 바쳤던 잊지 못할 기억으로 각인됐다면, 정치는 가족과 나의 미래를 담보하고 있는 이 나라의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일 것이다. 두 주제의 공통점이라면 그리 유쾌하지 않다는 것. 차이점이라면 군에 얽힌 이야기는 대화 내내 모두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지만, 정치는 자칫 패가 나뉘어져 얼굴을 붉힐 가능성이 적지 않다. 다가오는 5ㆍ31일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내년 대선으로 이어지는 정치게임의 소용돌이에 곳곳에서 이러한 말다툼을 찾기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정치의 현주소와 선거의 속성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정치컨설팅 분야에 15년 이상 경력을 쌓는 동안 국내 정계의 흐름을 꿰뚫게 된 저자가 선거에서 승리하는 20개 법칙을 털어 놨다. 정치인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정치를 복잡한 이권의 조정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정치적이지 않은 일은 세상에 없다. 심지어 한 집안의 가장은 물론 직장 내에서 관리자들의 덕목 중 손꼽히는 것이 바로 정치다. 특히 이 책은 일하는 여성들에게 권한다. 많은 직장 여성들이 나무랄 데 없는 학력과 업무 능력을 평가 받고 있지만 관리자의 위치에 오르게 되면 가장 부족한 것이 정치력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는 여성들이라도 책을 다 읽고 TV를 켜면 분명 정치인들이 하는 말들이 다르게 들릴 것이다. 책의 핵심은 ‘이렇게 하면 선거에 이긴다’는 것이다. 저자는 근대에는 정치적인 사회라면 현대는 경제적인 사회로 변해 정치인들의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고 분석했다. 결국 세계화와 정보화로 근대적인 일인 통치체계가 무너지고 대중들이 정치인을 좌지우지하는 세상이 됐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많은 기득권 정치인들은 아직도 이러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선거 패배의 원인이라는 것. 이러한 변화는 우리나라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저자는 “노무현ㆍ부시ㆍ고이즈미 세 사람의 공통점은 세계화에 어울리는 외교 통치권을 발휘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평가됐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세 사람 모두 세계화 덕분에 당선된 통치자들”이라며 “변화하는 사회의 패러다임을 꿰뚫고 대중들이 원하는 것을 보여준 것이 이들의 성공비결”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보화로 대중들이 선거에 적극적이며 조직적으로 대응하면서 우리나라의 정치 패러다임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라며 “이제는 선진국의 정치를 벤치마킹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가 우리의 정치에 관심을 보일 정도의 수준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정치공학, 정치 컨설팅 관련 책은 번역서들이 대부분이었다. 책은 우리 정치인들의 성공담과 실패담을 현재 진행형으로 풀어내면서 그 원인과 배경을 분석해 훨씬 더 실감나게 다가온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 저자는 지금까지도 한나라당을 어리둥절하게 하는 ‘2002년 노무현 승리’의 배경을 대중들의 마음을 읽었다는 데서 그 해답을 찾는다. 그러면서 대중들의 속성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끄집어 낸다. ‘개인은 복잡하지만 대중은 단순하다’ ‘대중은 반대하러 투표장에 간다’ 등 대중에게 어필해 선거전에서 이길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한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책을 읽는 동안 ‘정책은 없고 정쟁만 가득한’ 우리의 정치 현실을 보는 듯 해 씁쓸함이 가시지 않는다. 하지만 ‘한 나라의 정치는 그 나라 국민의 수준을 넘지 않는다’는 옛말이 있듯이 책은 우리가 지금 어디에 와 있는지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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