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6월25일] 외국인법


무고한 시민이 폭도로 몰리고 바른 말 하는 기자들이 감옥으로 끌려갔다. 18세기 후반 독립 직후 미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근거는 외국인법(Alien Act). 1798년 6월25일 의회를 통과한 이 법률은 비상시 외국인을 법률절차에 따르지 않고 감옥에 보내거나 추방할 수 있는 권한을 대통령에게 넘겼다.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선동금지법ㆍ중립법 등과 더불어 미국 역사상 대표적인 악법으로 꼽히는 이 법의 제정목적은 정권 강화. 시민권을 얻지 못한 신규 이민자 중 집권당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마음대로 축출할 수 있었다. 법 제정의 배경은 두 가지. 프랑스혁명과 정권다툼이었다. 1789년 발생한 프랑스대혁명에 동조하는 제퍼슨파(주권주의자)와 혁명의 파급을 두려워했던 해밀턴파(연방주의자)의 대립 속에 해밀턴파가 상ㆍ하원을 휩쓴 후 제정됐다. 연방파는 선동과 괴담에 따른 혁명을 방지한다며 반대파를 마구잡이로 추방해버렸다. 선동금지법의 폐해는 더 컸다. 애덤스 대통령과 정부에 비판적인 논조를 가진 신문이 폐간되고 기자 20여명은 물론 현역 의원까지 감옥에 들어갔다. 반대로 부통령인 제퍼슨을 공격하던 보수신문들은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아 형평성 논란도 일었다. 악법을 통해 정권을 다지려던 연방파는 국민들에게 외면 당해 1800년 대선에서 제퍼슨파에 정권을 내주고 말았다. 제퍼슨 대통령은 보복보다 화합을 꾀했다. 제퍼슨이 건국 초기 분열 위기를 넘기고 국가의 기틀을 다진 지도자로 각인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민들의 입을 막고 언론을 장악하려던 정권이 무너지지 않았다면 미국의 역사는 어떻게 전개됐을까. 외국인법 제정으로부터 210년의 세월이 흐른 오늘날, 한국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여론을 통제하려는 시도는 불행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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