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위기 후엔 새 도약 기회 온다" MK의 승부수

현대차 내년 사상최대 14조1000억 투자<br>내실 · 감속경영 주력 속<br>R&D에 5조원 쏟아부어<br>신차 · 그린카 기술력 강화<br>투자 80% 국내에 집중<br>국가경제 활성화도 앞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사상 최대 투자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불확실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되는 내년 내실경영으로 수익성을 다지는 한편 연구개발(R&D) 부문 등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로 기술경쟁력을 높인다는 의지가 반영된 선택으로 평가된다. 정 회장은 위기 때마다 공격적 투자에 나서는 승부사 기질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이번 선택도 내년 이후 찾아올 회복기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겠다는 특유의 'MK (정몽구 회장) 승부수'가 읽혀진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전체 투자액 중 80% 이상을 국내에 집중하기로 함으로써 저성장이 우려되는 시점에 적극적인 투자로 국가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정 회장의 이 같은 결단은 또 다른 대기업들의 투자 계획에도 자극을 줄 것이라는 게 재계 안팎의 관측이다. 또 현대차그룹은 내년 인력 채용 규모도 사상 최대로 늘리며 일자리 창출에도 앞장설 방침이다. ◇내년 이후 내다보는 투자 전략=현대차그룹이 29일 발표한 내년 14조1,000억원의 사상 최대 투자 계획에서 내년 이후를 도모하겠다는 정 회장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정 회장은 지난 12일 양재동본사에서 열린 현대ㆍ기아차해외법인장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자동차산업 전반이 흔들릴 수 있으며 현대ㆍ기아차도 예외가 아니다"라며 긴장을 늦추지 말 것을 주문했다. 그는 또 위기가 언제든 재현될 수 있음을 강조하고 내실경영에 주력할 것을 덧붙였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의 지시대로 내년 감속 경영에 무게 중심을 두는 분위기다. 글로벌 판매 목표를 올해 650만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700만대 미만으로 설정할 예정이며 해외 공장 증설 계획도 기아차의 중국 3공장이 전부다. 이런 가운데 내년에 사상 최대의 투자를 단행한다는 것은 내년 이후 시장을 염두에 두겠다는 얘기다. 각 지역별 전략형 신차 및 그린카 개발에 주력함으로써 경기가 회복세를 타는 시점에 다시 볼륨 경쟁을 시작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실제로 이날 현대차그룹은 내년 R&D 분야에만 올해 대비 10.9% 늘어난 5조1,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또 이 가운데 90%에 해당하는 4조6,000억원이 친환경차와 고효율 신차개발에 쓰인다. 김필수 대림대학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현대차그룹이 2008년 글로벌금융 위기 당시에도 적극적으로 신차를 개발해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고속성장할 수 있었다"며 "더불어 안정화된 수익구조에서 '이제 투자를 하면 결과가 나온다'는 자신감도 엿보이는 계획"이라고 평가했다. ◇경기 활성화ㆍ일자리 창출에도 앞장=현대차그룹의 내년 투자계획에서 눈길을 끄는 다른 대목은 해외보다 국내에 투자가 집중돼 있다는 점. 전체 투자액 가운데 국내 투자가 11조6,000억원으로 82.3%를 차지한다. 올해 국내 투자가 9조1,000억원으로 해외 투자액(3조1,000억원)에 비해 3배 정도 많았으나 내년에는 국내 투자 규모를 더욱 늘렸다. 현대차그룹의 국내 투자금액은 지난해 대비 27.5% 늘어난 반면 해외투자는 19.4% 감소했다. 투자 금액의 절반 이상은 공장을 비롯한 시설투자에 들어가는데 대부분이 국내에 집중돼 있다. 현대ㆍ기아차는 완벽한 품질확보와 대량 생산체제 구축을 위해 광주공장을 증설하고 주간 2교대 도입에 맞춰 생산라인을 조정한다. 현대제철은 4월 건설에 들어간 고로 3기 건설에 내년에만 1조5,000억원을 투자하고 현대하이스코는 150만톤 규모의 당진2냉연공장 건설에 7,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철강 부문에도 총 2조2,000억을 투자한다. 이 같은 투자는 국내 경기 활성화를 이끄는 주춧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상당수 기업들은 내년에 국내 경기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해 투자 규모를 보수적으로 잡고 있으나 현대차그룹은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며 오히려 과감한 설비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투자는 곧 내수활성화로 이어져 얼어붙을 수 있는 국내 경기 회복에 밑거름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그룹의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 확대는 대규모 고용 창출로도 이어져 정부의 일자리 확대 정책에 힘을 보탤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채용 규모는 7,500명. 6,500여명이 신규 채용되고 대학생 인턴 역시 1,000여명이 선발 된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2,200여명에 달하는 고졸 및 전문대졸 출신 생산직원 채용계획이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관리직은 물론 생산직 채용 규모를 늘려 젊은 인력들에게 다양한 채용 기회를 제공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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