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게임산업 키우는 길


hwangsokwon


보통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게임에 빠지면 공부를 등한시하고 난폭해지며 건강까지 위협받는다고 생각한다. 정부의 여러 게임 규제도 당연하다고 간주한다. 그러다 보니 규제가 갈수록 많아져 국내 게임시장이 위축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게임시장은 승자독식의 강력한 '멱함수 법칙(power law)'이 지배한다. 세상에 많은 가치 있는 것들은 대개 최상위 소수에게 집중되는데 그 분포가 정확히 멱함수 모양이기 때문에 멱함수 법칙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시장의 독과점, 부와 소득의 양극화, 하다못해 영화 관객 수도 같은 현상을 보인다.

극소수만 생존 승자독식 시장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모바일생태계 발전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게임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애플 앱스토어에서도 완벽하게 멱함수 법칙이 성립한다. 수십만개의 경쟁 앱 가운데 매출 100위를 차지하는 것은 굉장한 일이지만 위의 연구에서 발견한 멱함수 법칙에 따르면 최상위 앱 매출의 100분의1 수준밖에 안 된다. 300위까지 가면 0.25% 수준까지 떨어진다. 극소수의 게임만 살아남기 때문에 각각의 게임이 가진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수적인데 규제는 그러한 잠재력 발휘를 위축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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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첩된 규제와 적대적인 사회 분위기 때문에 게임의 경쟁력이 온전히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 분명 게임에 몰두하느라 부모 말도 안 듣고 숙제도 안 하고 건강까지 해치는 아이들은 존재한다. 학부모들은 걱정하고 자연스럽게 각종 규제에 찬성한다. 게임의 잠재력을 살리면서도 게임 과몰입 같은 부작용을 줄일 방법은 없을까. 답은 정부 규제에만 기대기보다 부모가 적극적으로 나서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필자는 지난해 핀란드 탐페레대 게임리서치랩의 프란스 메위라 교수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핀란드는 '앵그리버드'의 로비오, '클래시 오브 클랜'의 슈퍼셀 등 세계적 게임 회사를 단기간에 육성해낸 나라다. 메위라 교수는 한국에서 게임이 마약이나 도박같이 4대 악 중 하나로 거론되고 강력한 규제가 중첩돼 있다는 필자의 말에 매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자녀의 게임 통제는 어디까지나 가족과 게임회사의 문제란다. 게임회사는 부모가 자녀의 게임 활동 통제를 도울 수 있는 각종 장치를 제공하고 부모는 자녀와 적극적으로 소통, 나아가 토론까지 하며 자녀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자녀의 게임 활동을 자율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보통이라는 말이다.

규제 줄이고 자율통제 힘써야

미국 엔터테인먼트소프트웨어등급위원회(ESRB)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아이와 비디오 게임에 대한 현대 학부모 가이드'도 일맥상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의 무차별적 규제 대신 부모의 섬세한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부모는 아이와 대화하면서 과몰입하지 않도록 게임 활동의 규칙을 정하고 게임에서 어떤 사람들과 만나는지 모니터링하면서 혹시 아이가 괴롭힘(cyber bullying)을 당하지는 않는지 살피며 게임에서 부모를 위해 제공하는 각종 통제장치를 아이가 납득하는 방식으로 설정하는 등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정부 규제는 줄이고 자율적이고 효과적인 가족 내부통제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학부모가 다 같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게임회사는 게임 과몰입 또는 게임중독이 얼마든지 발생할 위험이 상존한다는 점을 겸허하게 인정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게임 시스템에 부모가 자녀의 게임 시간이나 양태를 통제할 수단을 충분히 제공해 부모가 적극적으로 노력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줘야 한다. 학부모들은 자녀와 더 적극적으로 대화하기를 권한다. 이것이 한국 게임산업도 살리고 게임이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긍정적 잠재력도 살리며 나아가 아이들까지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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