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군사교류가 위안화 환율과 무역개방을 둘러싼 경제 갈등이 무색할 정도로 긴밀해지고 있다.중국의 차오깡촨(曹剛川) 국방부장 겸 중앙군사위 부주석은 23일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의 초청으로 7년 만에 미국을 방문했다. 1996년 12월 츠하오톈(遲浩田) 전 국방부장의 방미 후 처음이다.
차오 국방부장에 대한 미국의 예우도 각별하다. 차오 국방부장은 23일 하와이에 들러 미 태평양사령부를 방문한 뒤 24일 뉴욕을 거쳐 25일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에서 연설을 했다. 이어 미 국방대학의 국가전략연구원(INSS) 산하 중국군사문제연구센터(CSCMA)에서 전문가들과 좌담회를 가졌다.
그는 28일 미 국방부에서 럼스펠드 장관과 회담을 가졌으며 29일에는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만난다. 이어 백악관으로 가 콘돌리사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과도 회동할 예정이다. 미국 외교ㆍ안보분야 핵심 정책결정 라인을 모두 만나는 셈이다.
미국 언론은 28일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그를 만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가 백악관에서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나는 동안 부시 대통령이 우연히 보좌관실을 들르는 형태로 회동 기회를 갖는다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이처럼 비공식적으로 그를 만나는 것은 미국 내 보수파의 시각을 고려해서다.
차오 국방부장의 이번 방미는 90년대 후반부터 급속히 냉각됐던 양국 군사관계가 사실상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음을 의미한다. 양국 군사관계는 99년 5월 미군의 베오그라드 주재 중국 대사관 오폭, 2001년 4월 미 EP-3 첩보기의 하이난다오(海南島) 불시착 사건으로 인해 최저점으로 치달았다.
양국이 군사적으로 재밀착하는 것은 미국의 대테러전 및 북한 핵 문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29일 중국신문사는 차오-럼스펠드 회담에서 대테러전과 북한 핵, 대만문제 등이 주로 논의됐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미ㆍ중 군사관계 복원은 일종의 정략결혼이라고 말한다. 미국은 이라크 사태와 북한 핵 문제 등에서 중국의 협력을 얻고, 중국은 대만문제에서 미국의 우호적인 태도를 이끌어내려 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특히 미국과의 군사적 우호관계를 통해 대중 경제압력을 완화하는 한편 대만의 독립노선에 대한 우회적인 압력을 가하려는 의도도 갖고 있다.
미ㆍ중 군사관계는 22~25일 미사일 구축함과 보급함으로 편성된 중국 함대가 사상 최초로 미국의 극동 해군 전초기지인 괌을 방문함으로써 상징적인 의미를 더했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