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중동 평화를 위하여

<파이낸셜타임스 4월11일자>

일년 전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의 미국 방문은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성공적인 것이었다. 샤론 총리는 가자지구에서 7,000명의 유태인 거주자를 철수시키는 대신 그에 대한 대가로 예상치 못한 특권을 부여받았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샤론 총리에게 이스라엘 정부가 요르단강 서안 지역에 불법적으로 건설한 거대한 정착지구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팔레스타인 난민이 현재 이스라엘의 영토에 진입할 수 없도록 한 샤론 총리의 정책을 지지했다. 미국과 이스라엘간의 정상회담 결과는 아랍권을 분노하게 했고 워싱턴이 아랍과 이스라엘간 분쟁에서 좀더 공정한 역할을 하길 기대했던 유럽 동맹국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런 반응을 인식한 미 행정부는 그 이후 미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최종 평화협상의 결과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지 않음을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11일 크로포드의 목장에서 샤론 총리와 만날 때 지난번 회담에 대한 세계의 반응을 기억해야 한다. 만약 평화를 원한다면 부시 대통령은 샤론 총리를 협상테이블로 돌아오도록 하고, 요르단강 서안의 유태인 거주지역의 확장을 중지해야 한다고 설득하는 것이 옳다. 샤론 총리의 마지막 미국 방문 이후 중동의 분위기는 변하고 있다. 가자지구 철수는 여름으로 예정됐고 지난 1월 선거에서 마무드 압바스가 팔레스타인의 새 대통령으로 선출되면서 폭력으로 점철된 지난 4년에 비해 정치적 협상의 가능성을 기대하게 한다. 그러나 이번 미국 방문에서 샤론 총리는 자신이 지난해 부시 대통령이 약속한 특권을 이행하라는 정착촌 지지자들의 로비 압력에 시달리고 있음을 얘기할 예정이다. 만약 이스라엘이 미국의 후원 아래 체결된 중동평화 로드맵에 제시된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평화 정착에 대한 청사진과 최근 관계 개선에 대한 희망은 곧바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2003년에 공표된 중동평화 로드맵은 이스라엘이 점유지에 불법 건축한 ‘전초기지’를 즉각 해체해야 한다고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계 단체인 ‘피스 나우’에 따르면 그 이후로 50여개의 새로운 ‘전초기지’가 출현했다. 지난주 미 행정부는 예루살렘 근처의 정착촌에 3,500가구를 추가 이주시키려는 이스라엘의 계획을 즉각 비판하고 나섰다. 그러나 미국은 정착지구 경계 안에 지속적으로 건설되는 주택들을 묵인해왔다. 이제는 미국이 이스라엘 정착촌에 대해 일관되고 단호한 입장을 취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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