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관광장관 암살…美, 이슬람 달래기 진통 예상
미 9.11테러의 근인(根因)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분쟁이 해결은 커녕 더욱 꼬여가고 있다.
이스라엘의 강경파 레하밤 지비(74) 이스라엘 관광장관이 17일 암살돼 미국이 벌이고 있는 대테러와의 전쟁이후 악화일로를 걷던 중동상황이 더욱 복잡하게 얽혀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지비 장관은 이날 숙소로 이용하던 동예루살렘내 하얏트 리젠시 호텔에서 피격돼 응급조치를 받았으나 결국 숨졌다.
이 사건은 미국의 이슬람 달래기 정책에 암운을 드리울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은 최근 미국의 반테러 연대가 사우디아라비아ㆍ인도네시아 등 이슬람 국가들의 이탈 조짐으로 흔들리는 양상을 띄자 서둘러 이슬람 무마에 나섰다. 미국의 당근은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최근 이와 관련, 팔레스타인을 완전 독립국으로 탄생시키려는 움직임이 동조하는 발언을 해왔다.
17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창설에 동의하는 내용의 중동평화안을 제안할 것으로 밝힌 것도 미국의 입장을 반영한 고육지책이라는게 중동전문가들의 분석이었다. 이스라엘이 미국측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실제 이스라엘은 9.11 테러 대참사 직후 효과적인 보복전 수행을 위해 미국이 아랍과의 연대를 강화하자 이를 굴욕외교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이 이에 발끈, 독자적인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창설안을 제시하려 하자 '등 떠밀리기 식'의 중동평화안을 먼저 내 놨다는 것.
이와 관련, 영국의 정보분야 전문지 포린 리포트는 17일 조만간 이스라엘의 아리엘 샤론 총리가 ▦요르단강 서안에서의 확실한 철수 ▦가자지구 전면 철수 ▦이들 지역에서의 유대인 정착촌 해체 등을 미국에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등에 떠밀려 평화안을 내놓은 이스라엘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강경론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종성사까지도 험난한 길이 예고된 이스라엘의 중동평화안이 원탁에 오르기도 전에 좌초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암살으로 중동평화안이 완전 백지화까지는 안갈지라도 실행까지는 엄청난 인내와 희생이 감수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구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