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달러매도 개입, 잘하는건지…" 당국도 답답

지난달부터 어정쩡한 개입에 환율 등락 거듭<br>유가상승·경상적자등 달러매수 수요 넘쳐나<br>"투기세력에 달러 헐값에 넘긴다" 비난 우려도


"달러매도 개입, 잘하는건지…" 당국도 답답 지난달부터 어정쩡한 개입에 환율 등락 거듭유가상승·경상적자등 달러매수 수요 넘쳐나"투기세력에 달러 헐값에 넘긴다" 비난 우려도 홍준석 기자 jshong@sed.co.kr "시장에서 '바겐세일'이라며 희희낙낙하고 정부가 내놓은 달러를 저가에 사들이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물가부담으로 어쩔 수 없는 게 현실인데요. 환율상승 여건에서 환율을 떨어뜨리겠다고 (달러) 매도개입에 나선다는 게 경제원론과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 고민이 많습니다." 최근 환율정책을 펼치고 있는 기획재정부 관계자의 절절한 심정이다. 국내외 펀더멘털을 감안하면 환율상승이 정답인데 물가안정을 위해 이를 거스르는 답안 제출이 과연 잘하는 행동인지 아닌지 답답하다는 게 작금의 외환당국 라인의 공통된 전언이다. 정부가 높고 낮은 환율 사이에서 갈지자 행보를 보이는 사이에 정책당국의 영향력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는 것도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어정쩡한 시장 개입 언제까지=외환당국의 본격적인 시장개입은 환율정책이 성장에서 물가 중심으로 바뀐 지난 5월 중순부터 시작됐다. 처음에는 주로 "물가안정 위주의 정책을 펼치겠다"는 구두개입이었지만 5월21일 환율이 1,057원까지 치솟자 실개입이 단행됐다. 수억달러의 물량을 내놓으며 1,040원대로 끌어내린 것. 27일에는 환율이 1,050원대로 급등하자 무려 25억달러를 쏟아내며 1,030원대로 끄집어 내렸다. 6월3일에는 최중경 차관의 '물가 올인' 발언에 1,017원까지 급락했다. 하지만 단기 급락에 놀랐던지 정부는 다음날 "급락은 수급이 아닌 심리에 의한 것"이라는 상반된 구두개입을 통해 환율을 상승세로 돌려세웠다. 시장에서 헷갈리게 갈지자 행보를 보인 것이다. 이 때문에 환율은 슬금슬금 올라 10일 1,030원대로 상승했다. 물가불안을 걱정한 정부는 재차 매도개입에 나서 1,020원대를 사수했다. 그래도 시장의 의구심으로 환율은 16일 1,040원대로 솟구쳤고 정부는 구두개입과 실개입을 통해 방어에 나섰다. 하지만 영향력이 약해져 내림폭은 겨우 2원70전에 그쳤다. 17일 다시 1,040원대로 뛰자 당국은 "확실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강력한 경고와 함께 10억달러 이상을 방출하며 15원10전이나 잡아당겼다. ◇상승 변수로만 둘러싸여 있는 환율=하지만 당국의 의중과 달리 약발은 하루를 못 넘기고 18일 강하게 상승 반전했다. 주변상황이 상승 변수로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대기매수 세력이 워낙 탄탄해 대규모 매도개입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환율의 하향 안정이 여의치 않다는 얘기다. 유가상승이 가장 큰 문제다. 지난달 말 국제유가가 130달러로 뛰어오른 뒤 연일 고공행진중이다. 정유사의 결제금액이 크게 늘어나면서 달러 수요가 급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부터 5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경상수지 적자 상황도 달러 매수를 부추기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팔자로 일관하고 있는 외국인 동향도 상승 변수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2조4,000억원가량을 순매도하며 달러 매수를 촉발시키고 있다. 또 글로벌 증시 침체로 투신권이 3월처럼 오버 환 헤지 관련 달러를 매수해야 하는 점도 무시 못할 요인이다. 특히 몇 년간 환율하락에 일조했던 조선사와 해외증권투자의 선물환 매도가 올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한은의 전망도 달러 매수쪽에 베팅할 근거다. ◇'전전긍긍' 외환당국=이 같은 상황에서 외환당국은 고민만 쌓여가고 있다. 우선 정책적 판단의 적합 여부.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펀더멘털만 따지면 환율 방향은 위로 열려 있는데 사회적 요인과 합쳐진 물가부담으로 어쩔 수 없이 매도개입에 나서는 게 잘하고 있는 행동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2003년 1,140원을 방어하기 위해 매수개입에 나설 당시 '정부가 수출기업에 혈세로 보조금을 안겨줬다'는 비난을 받았던 것처럼 지금은 달러를 원하는 세력에게 '정부가 달러를 헐값에 넘긴다'는 비아냥을 들을 수도 있다는 우려다. 외환보유액을 축내면서까지 언제까지 매도개입에 나설 수 없는 점도 정부의 큰 고민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이달 들어 액션을 취했기 때문에 외환보유액이 지난달보다 감소한 것은 당연하다"며 "물가부담이 크더라도 마냥 매도개입에 나서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또 공개적으로 고환율정책 후퇴를 천명하며 패를 노출시킨 까닭에 시장과의 게임을 유리하게 이끌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시장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홍승모 신한은행 차장은 "시장 상황이 한달 전과 비교해 많이 바뀌었다"며 "당국이 환율을 하향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는 예전보다 2~3배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그만큼 시장에 미치는 당국의 영향력이 작아졌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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