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아파트 도매상' 다시 등장

시장한파 속 전국 미분양 11만가구 돌파<br>건설사들로부터 최고 40%까지 할인 매입<br>입주전까지 일반인들에게 팔아 차익 챙겨


미분양 아파트 물량이 전국적으로 11만 가구를 넘어서는 등 지방 분양 시장의 한파가 지속되면서 지방 시장에선 미분양 물량만을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아파트 도매상’이 등장했다. 이는 전국 미분양 아파트가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건설사들의 자금 압박이 심해진 데 따른 것으로, 아파트 도매상은 10여년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2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미분양 아파트 물량만을 처리하는 ‘미분양 아파트’도매상은 전국적으로 4개 업체가 활동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 도매상들은 서울과 수원ㆍ울산ㆍ전주 등에서 활동하며 자금난에 허덕이는 건설사들의 미분양 물량을 할인 공급 받아 입주 이전까지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는 방법을 통해 차익을 챙긴다. 특히 이들은 미분양 물량을 건설사로부터 8~40% 규모의 할인을 통해 매입하며 지방별로는 전주가 40%, 서울 지역은 30%, 경북은 20%, 울산은 8% 안팎 수준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매일 100건 이상의 문의가 들어오고 있지만 분양가 대비 할인율 등으로 인해 성사건수는 하루에 3~4개에 불과하다”며 “서울과 경기, 지방을 막론하고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전주 송천동에선 400여가구의 미분양 물량을 이들 도매상들이 40%의 할인율을 적용해 분양 받은 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소매 분양을 계획중이다. 이들은 물량을 매입한 후 해당 건설사의 모델하우스를 접수, 호객꾼과 입소문을 퍼트려 통상적으로 6개월 이내에 물량을 다시 처분한다. 이 관계자는 “아르바이트로 40ㆍ50대 여성을 고용한 뒤 모델하우스에서 바람몰이를 하는 방식으로 재분양 하면 6개월이면 분양을 마칠 수 있다”며 “악성 미분양 물량은 5~10%를 할인해 분양하기도 하지만 비밀 약정 등을 체결, 건설사로부터 직접 분양받은 사람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고 귀끔했다. 도매상들은 할인율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금융권의 중도금 대출을 알선해주고 수수료를 받기도 한다. 건설사들은 자금 융통을 한 뒤 잔금납부시기에 분양 물량을 전세금으로 돌려 막는 식의 방법도 동원하고 있다. 실제 지난 해 경남 진해 대동의 미분양 물량(300가구)은도매상이 중도금을 발생시켜 주는 대신 5%의 수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지난 일주일 동안 1,000가구의 물량을 할인 공급 받을 정도로 건설사들의 자금 사정이 수월치 않아 앞으로도 문의가 잇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만 이들 중에는 지방 건설사는 물론 대형 건설사들도 포함돼 있어 작업이 비밀리에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 물량은 총 11만3,845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외환위기로 미분양 물량이 최대에 달했던 지난 98년 8월의 미분양 물량(11만4,405)에 불과 560가구가 부족한 수치다. 이는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지난 해 말 분양 승인 신청이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청약자들은 상한제 물량을 기다리면서 미분양 물량을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역별 미분양 물량은 경기지역이 1만7,132가구로 가장 많은 가운데 ▦대구가 1만6,292가구 ▦부산이 1만1,671가구▦ 경북 1만1,400 ▦경남 1만996가구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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