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사와카미 펀드의 교훈

일본 주식시장에서 새로운 스타가 떠오르고 있다. 자신의 이름을 딴 사와카미 펀드의 설립자이자 운용자인 사와카미 아츠토(澤上篤人). 사와카미 펀드는 최근 3년간 94%라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일본의 정책금리가 0% 수준이라는 점과 비교할 때 이 펀드의 수익률은 경이적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지난 10월 시즈오카에서 개최한 사와카미의 세미나에는 전국에서 1,000여명의 투자자들이 몰려들었고 모든 행사가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진행돼 화제를 모았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의 유력 언론들은 최근 앞다퉈 그를 조명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펀드의 수익률이 높다는 점 때문에 사와카미가 뉴스의 초점이 된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는 외국계 프라이빗 뱅크의 일본지사장을 지내면서 장기적인 안목의 투자가 얼마나 큰 효용과 부를 가져다 주는지 절감했고 저축만 아는 일본 투자자를 위한 펀드를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래서 개인자금만을 받는 사와카미 펀드를 98년 설립했고 1조원을 맡기겠다는 기관의 제의를 거절할 정도로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사와카미는 ‘농경형 투자론’이라는 철학을 갖고 펀드를 운용한다. 이른 봄에 논에 물을 대고 모내기를 하듯 기업을 분석하고 될성부른 종목을 매입한다. 그리고 벼가 익을 때까지 잡초를 뽑고 비료를 뿌리듯이 종목을 관찰하고 잘못된 종목을 교체한다. 마지막으로 가을이 돼 벼가 익으면 수확을 하는 것처럼 주식매매를 통해 수익을 거둔다는 것이다. 이처럼 사와카미 펀드는 경기가 좋지 않아 기업의 주가가 쌀 때 매입한 후 장기간 보유를 통해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한다. 이러한 투자방식은 일본경제 및 주식시장의 부활과 더불어 놀라운 수익률을 안겨주고 있다. 사와카미 펀드는 출범 후 7년여 만에 4만여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1조4,000억원 규모의 대형 펀드로 성장했다. 재벌계열이나 판매사(증권사) 계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는 일본 자산운용시장의 현실에 비춰 사와카미의 성공은 더욱 빛을 발한다. 최근 펀드투자 열풍이 거세게 불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자산운용업의 중요성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국내 보험 등도 잇따라 자산운용업 진출을 선언하고 있고 한국의 투자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외국계의 자산운용시장 진출도 가시화되고 있다. 정부도 기회 있을 때마다 동북아 금융허브의 핵심으로 자산운용산업을 선정, 육성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개별 펀드매니저의 몸값이 크게 치솟고 개봉을 앞둔 한 영화에서 멋진 남자 주인공의 직업을 펀드매니저로 묘사할 정도로 사회적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고객에 대한 무한한 책임의식과 철저한 장인의식을 겸비한 운용사와 펀드매니저를 국내에서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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