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지주회사 전환의 연착륙


대선을 앞둔 정치권이 ‘경제민주화의 첫걸음’으로 일제히 재벌(대규모 기업집단) 개혁을 약속하고 이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높지만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투자가 위축돼 먹고살기 힘들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공존하고 있다. 따라서 재벌 개혁은 굳건한 원칙 아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이행기적 조치를 통해 정책 집행비용을 최소화하면서 달성해야 할 것이다.

이행위해 2~3년 유예기간 필요


먼저 ‘불법ㆍ편법적 종잣돈 및 종자 기업 만들기와 이런 종자 기업 중심의 지배구조 변경을 통해 지배권을 세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원칙과 이런 원칙이 지켜질 수 있는 확고한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부당내부거래의 실효적 규제, 기업집단 단위의 지주회사 제도 도입, 지주회사 체제를 선택하지 않는 재벌에 대한 규제 강화, 금산분리 강화 등이 입법화돼야 한다.

그러나 재벌 개혁의 안착을 위해 현 재벌 총수의 그룹 지배권을 박탈하거나 주요 계열사의 경영권을 위태롭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이제부터는 재벌 세습이 불가능하게 법과 제도를 정립하고 재벌이 스스로 선택해 핵심 계열사 중심으로 사업영역을 집중하도록 유도함으로써 경제력 집중 억제가 이뤄지게 하자는 것이다.


재벌 개혁의 원칙과 방향을 지키면서도 개혁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으로 재벌이 기업집단 단위의 지주회사 제도로 이행할지 여부를 일정 기간(예를 들어 3개월) 안에 선택하도록 하고 기업집단 단위의 지주회사 체제를 선택한 재벌과 그렇지 않은 재벌을 분리해 재벌 규제 정책을 단계적ㆍ차별적으로 실시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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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우 기업집단 단위의 지주회사 제도로 이행하는 재벌에 대해서는 요건을 완비할 유예기간(2년 또는 3년)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며, 출자구조 변경을 위한 계열사 간 주식거래에 대해서는 감세 혜택 등을 제공해 전환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지주회사 제도를 선택하지 않는 재벌에는 즉각적인 신규 순환출자 금지와 기존 순환출자 고리에 대한 의결권 제한 및 단계적 해소를 명령할 필요가 있다.

만약 부당내부거래가 재벌 그룹의 지배권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고 부당내부거래 해소를 자진 신고하는 경우라면 기업집단 단위의 지주회사 제도로 전환을 신청한 재벌들에게는 지주회사 제도로 이행을 완료하는 시점까지 부당내부거래도 해소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룹 오너 지배권 급변동 없게해야

한편 금융지주회사가 비금융 자회사를 둘 수 없고 동시에 비금융 일반지주회사는 금융 자회사를 둘 수 없다는 원칙을 기업집단 단위의 지주회사 제도에 적용하는 것이 금산분리 원칙을 세우는 기초가 될 것이다. 특정 재벌이 기업집단 단위의 지주회사 제도로 변경을 신고할 때 이런 금산분리 원칙을 준수하는 것 역시 기업집단 단위 지주회사 제도 요건의 하나가 돼야 한다. 따라서 이 요건 충족도 유예기간 안에 이뤄지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지주회사 제도를 선택하지 않은 재벌에게는 금융의결권 제한을 현행 15%에서 금융의결권 금지로 단계적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SK그룹이나 LG그룹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지주회사 제도로 이행하는 것은 재벌들에게 많은 비용을 요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런 이행기적 정책은 재벌의 출자구조를 기업집단 단위의 지주회사 제도로 유인하면서 동시에 출자구조 전환과 부당내부거래 해소가 현 총수의 그룹 지배권에 급격한 변동을 초래하지 않게 할 것이다. 재벌 개혁은 연착륙을 통해 성공할 수 있는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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