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소프트 파워 코리아를 향햐] <6> 공공갈등, 타협의 소프트파워로 풀어야

'대운하' 화합의 리더십 시험대 될듯


'대운하' 화합의 리더십 시험대 될듯 [소프트 파워 코리아를 향햐] 공공갈등, 타협의 소프트파워로 풀어야 이재철 기자 humming@sed.co.kr 관련기사 • 원전에서 결혼식을? 지난해 말 태안 원유유출 사고와 이명박 대통령 후보 당선이라는 대형 이슈 틈새로 지방의 한 작은 뉴스가 화제가 됐다. 국내 원자력발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 부산 기장군, 울산 울주군 주민대표들과 30년의 설계수명을 마친 고리1호기의 재가동에 합의했다는 소식이었다. 지역주민들과 갈등을 빚어온 원전 시설이, 그것도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고리1호 원전이 사업주체와 지역주민 사이의 원만한 합의를 통해 향후 10년 간 다시 가동되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새 원전 건설에 쓰일 2조5,000억원의 대체비 유발 가능성도 자동 소멸됐다. 우리나라의 대형 국책사업은 사회갈등의 집결체였다. 어떤 사업이든 대개 특정 지역ㆍ집단의 극한적인 반발과 이에 따른 공사 중단, 그리고 사법적 해결이라는 수순을 밟아왔다. 이처럼 국책사업이 경로를 이탈할 때마다 절차의 투명성, 상호 신뢰, 공동체 의식 등 갈등해결을 위한 무형의 ‘사회적 자본’이 빈곤한 한국의 현실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우리나라는 산업화에는 성공했지만 의식의 후진성 때문에 선진화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사회 전체에 배타적ㆍ폐쇄적ㆍ차별적인 특징이 있어 사회공공재인 공동체의식을 가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번 질서가 깨지면 그 무질서는 계속 증가한다는 열역학(엔트로피) 법칙처럼 주요 국책사업을 둘러싼 공공 갈등은 무질서하게 증식해 경제적 불확실성만 키워왔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 중인 ‘한반도 대운하’ 사업도 이런 점에서 발등의 불이다. 이 당선인은 최근 신년회견에서 “청계천 사업 때도 많은 반대자들이 있었는데 4,000번이 넘는 만남을 통해 설득했다, 앞으로 충분한 민자사업으로 검토하면서 해나간다는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반도 대운하를 둘러싼 갈등과 그 결말은 우리사회 전체의 ‘소프트 파워’를 가늠해볼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타협 안돼도 좋다’ 자기파괴적 명성관리에 안주=대형 국책사업을 둘러싸고 되풀이되는 고질적 갈등의 원인은 대체 무엇 때문일까. 전문가들은 그 핵심요인으로 취약한 ‘사회적 신뢰(social trust)’를 꼽는다. 사회적 자본의 일부 구성요소이기도 한 사회적 신뢰 문제는 공공갈등을 둘러싼 이해당사자 간 협상의 진행속도는 물론 협상 성과물의 ‘수준’을 높이는 촉매제와 같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정부ㆍ시민단체 등 상호 이해당사자 간 자기파괴적 명성(reputation) 관리로 신뢰 붕괴를 자초했다는 진단이다. 새만금 간척지, 천성산 터널, 사패산 터널, 경인운하, 계룡산 국립공원 관통도로 등 과거 5개 대형 국책사업의 공사 지연으로 초래된 직접적 경제 손실이 4조1,793억원에 이른다는 연구결과도 나와왔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새만금 사업 등을 보면 시민단체는 타협이 안돼도 손해볼 게 없다는 식으로 밀고 나가고 정부는 반발에 쉽게 흔들려 사업을 중단하는 결정을 내렸다”며 “이는 타협 주체로서의 명성을 스스로 훼손한 결과를 낳아 다른 국책사업에서도 악순환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일관성을 잃는 정부도 문제지만 시민단체가 협상 중 주저 없이 행정소송을 제기, 설사 패소해도 소송 중 사업이 중단됐다는 사실 자체를 성과로 치부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이처럼 협상에서 신뢰를 깬 이해당사자에 대해서는 잘못된 명성을 철저히 기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합리가 아닌 막무가내식으로 협상 테이블을 뒤집는 잘못된 명성을 사회가 배척할수록 타협의 가능성은 높아진다는 지적이다. ◇새 정부 오만하지 않는 리더십 갖춰야=‘타협 이상의 보상은 없다’는 사실을 뒷받침해주는 제도적 보완장치를 갖추는 것도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다. 타협문화를 보조하는 공정한 제도와 절차 역시 선진국 진입을 위한 필수 소프트파워라는 지적이다. 예컨대 시민단체가 사법부의 판단에 의지해 시간을 지체시킬 경우 법적 결정이 신속하게 나올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 무책임한 ‘지연효과(delayed effect)’를 향유할 여지를 최소화시켜야 한다는 것. KDI 갈등조정ㆍ협상센터의 한 관계자는 “당사자간 협상이 어려울 경우 제3자에 의한 조정을 한다거나 중재절차를 밟아 사법적 효력과 동일한 구속력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보완적 장치들이 모두 타협보다는 불리한 방향으로 결론을 내놓도록 설정, 이해당사들이 협상 테이블을 ‘최선의 선택’으로 확신할 수 있도록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독일의 경우 제3자가 개입해 중재 결정을 내리는 ‘갈등 중재인 제도’와 같은 보완장치로 타협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대립적 리더십의 시대도 종언을 고해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참여정부 공공갈등의 대표적 사례인 종합부동산세 도입 논란에서 알 수 있듯 리더십의 스타일은 사회갈등 완화 혹은 강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면서 해당 국가의 ‘품격’을 상징하는 요소로 확인되고 있다. 원윤희 서울시립대 세무대학원장은 “종부세의 경우 도입 당시 성장의 과실을 재분배하는 차원으로 접근해야 했는데 오히려 투기꾼을 잡는다는 대립적 스타일로 접근해 사회적 갈등이 커졌다”며 “이제는 대립적 리더십이 아닌 화합의 리더십으로 갈등을 최소화하고 타협의 사회적 자본을 확충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특히 새 정부의 대운하 정책을 지목, “리더십은 일관된 원칙 못지않게 그 스타일도 공공갈등 해결에 요긴한 사회적 자산”이라며 “일관된 원칙 속에서 오만하지 않은 리더십으로 공공 갈등을 최소화하는 접근법이 새 정부에 요구된다”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8/01/15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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