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9월 6일] 단두대 위의 땅콩

5조원은 큰 돈이다. 하지만 이 돈을 잃는 데는 5개월도 필요하지 않다. 노벨상과 미국 중앙은행(FRB)의 권위는 막강하다. 그러나 시장을 이기지는 못한다. 딱 10년 전에 있었던 미국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얘기다. LTCM은 노벨상을 받은 하버드ㆍMIT 교수와 FRB 부의장, 차액거래의 대가인 살로몬 브라더스 부회장이 만들었다. 명성과 실력으로 시장을 주도했다. 연 59% 등 4년 동안 185%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기록했다. 판 만큼 사는 ‘무위험 차익거래’라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은 이해가 안 됐지만 권위와 수익률을 받아들였다. 돈은 몰렸고 투자자산은 130조원으로 불었다. LTCM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지렛대(레버리지) 효과를 이용했다. 1원으로 100원을 빌린 후 100원짜리를 1원에 사면 1원으로 1만원어치를 살 수 있다. 그리고 1만원의 1%(100원)만 수익을 내도 원금(1원)의 100배를 번다. 가능성은 낮다고 하지만 0.01%의 손실만 나도 원금을 모두 잃는다. LTCM은 가진 돈(48억달러)의 26배인 1,250억달러만큼의 자산을 샀다. 러시아 국가부도로 시장이 엇나갔다. LTCM은 마이너스 수익률이 나기 시작했고 자본금은 순식간에 날아갔다. 미국은 금융시장 붕괴 직전까지 몰렸다. 감독당국은 과도한 레버리지를 통제하고 공시를 강화했다. 하지만 인간의 탐욕까지 막지는 못했다. 투자자들은 레버리지를 극대화하고 신용평가회사까지 끼워 넣어 서브프라임 모기지 등 수익률을 더 높인 괴물상품을 만들어냈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리만 브라더스도 예외는 아니다. 리만의 레버리지 비율은 지난 2003년 23.7배에서 2006년 33.6배까지 높아졌다. 총 자산도 300조원에서 700조원으로 늘었다. ‘떨어지는 칼날은 피해야 한다’는 것은 증시의 가장 기본적인 투자원칙 중 하나다. 산업은행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리만을 먹겠다고 열심이다. “리만은 칼날이 떨어지고 있는 단두대에 놓인 큰 땅콩”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은 소심한 필자만의 착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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