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경영' 기업미술관이 변화 이끌어<br>기업이 세운 문화재단서 미술관등 운영 전담<br>전시 프로그램 다양화로 대중참여 적극 유도<br>이익 사회환원 하면서 생활밀접형 예술 구현
| 주류회사 산토리가 운영하는 산토리 미술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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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리미술관 앞에 자리잡은 루이스 부르주아의 조각 '마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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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시내에서도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롯폰기(六本木) 지역.
다양한 볼거리가 많은 이곳은 유흥지역의 이미지를 떨치고 예술이 살아 숨쉬는 문화지역으로 탈바꿈했다. 이 같은 변화를 이끄는데는 산토리미술관, 모리미술관, 후지필름스퀘어 등 기업이 운영하는 미술관들이 큰 역할을 했다. 이들은 다양한 전시를 제공해 대중참여를 유도함으로써 기업이익의 사회 환원 뿐 아니라 요즘 미술이 지향하는 참여형, 생활 밀접형 예술을 구현했다.
주류회사 산토리(Suntory)가 운영하는 산토리 미술관은 1961년 처음 개관한 후 지난 2007년 도쿄 도심 롯폰기 내 미드타운으로 이전했다. 이 곳은 기업 이익의 1/3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취지로 미술관 외에 박물관, 음악재단 등을 운영하고 있다. 미드타운 방문객의 필수코스인 이곳에는 지금 ‘미이데라 (三井寺) 국보전’이 열려 국보급 유물 249점이 5개 전시관에서 선보이고 있다. 이는 일본 국립박물관이 비슷한 시기에 진행하고있는 묘신지(妙心寺) 유물전에 비견할 만한 전시다. 앞서 지난해에는 파리 피카소미술관과 연계한 전시로 피카소의 자화상 등 60여점을 보여줬고, 일본적 미감이 반영된 유럽의 고가구 및 공예품 전시도 열렸다. 미술관 컬렉션 보다는 전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다 전통과 권위를 갖고 있어 개인소장가 및 국공립미술관의 협조가 활발하다.
인근 롯폰기힐즈는 2003년 모리부동산이 지역개발사업을 진행해 쇼핑과 예술을 접목한 하나의 소도시를 형성했다. 이곳 54층짜리 모리빌딩은 52층의 모리아트센터와 53층의 모리미술관을 두고 있어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모리빌딩 내에는 영화관과 실외공연장, 도서관까지 자리잡고 있다. 인근 국립신미술관은 기업미술관인 모리, 산토리미술관과 연계해 3곳의 ‘롯폰기 아트트라이앵글’을 다 돌아볼 수 있는 입장료 할인패키지도 마련하고 있다.
미드타운 옆 녹지에는 일본을 대표하는 패션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가 연 디자인전문 미술관 ‘2121 디자인사이트’가 위치하고 있다. 미술관 설립 뿐 아니라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와 공동 디자인ㆍ설계를 진행해 관광객들에게 브랜드 이미지와 이름을 각인시키는 효과를 낳고 있다.
후지필름이 운영하는 ‘후지필름스퀘어’는 사진박물관. 1, 2층은 사진작품을 전시할 뿐 아니라 후지필름의 50년 역사를 보여주는 시대별 카메라들이 총망라 돼있다. 관련상품 판매장을 함께 운영해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사진촬영을 즐기는 신세대를 겨냥하고 있다.
전시 프로그램의 다양화로 일반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해 기업의 문화사업은 물론 홍보 효과까지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미술평론가 정준모씨는 “일본의 기업미술관은 기업이 문화재단을 설립한 다음 문화재단에 운영을 일임하는 전문경영 체제”라며 “이른바 ‘사모님 미술관’으로 불리며 사유재산 축적의 도구로 변질한 국내 미술관도 구태에서 벗어나 이 같은 경영체제를 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