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베조스의 또 다른 모험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저스가 워싱턴포스트 인수라는 커다란 베팅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1933년 금융인 유진 마이어가 인수한 이래 그레이엄 가문이 4대째 경영해오면서 지난 80년간 워싱턴 정가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특히 1963년 고 캐서린 그레이엄 회장 취임 후 급성장해 1971년 국방성 기밀문서 특종에 이어 1972년 워터게이트 특종으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을 사임시키기도 했다.

이번 인수의 배경에는 베저스와 그레이엄 가문과의 오랜 인연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그레이엄 현 회장은 베저스의 전자책 사업에 대해 각종 자문을 해줬다. 베저스는 그레이엄의 사위가 운영하는 전자상거래 사이트 리빙소셜에 출자하기도 했다. 컨설팅 회사 아웃셀의 켄 닥터는 "이번 인수는 저널리즘과 그레이엄 가문에 대한 호의와 배려의 성격이 강하다"고 주장한다.


이런 점을 고려해도 대표적 정보기술(IT)기업 경영인이 전통 일간지를 인수하는 건 일반적인 거래 관행에 비춰볼 때 상당히 예외적이다. 시장에서는 베저스가 워싱턴포스트의 콘텐츠에 눈독을 들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아마존이 중점을 둔 사업 분야가 전자책임을 감안하면 워싱턴포스트의 풍부한 콘텐츠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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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게이트 특종과 같은 역사적 가치가 있는 워싱턴포스트의 콘텐츠는 아마존의 모바일 기기에서 보다 다양한 서비스로 제공될 수 있다. 아마존의 전자책 킨들파이어를 통해 워싱턴포스트의 콘텐츠를 무료 또는 저렴하게 제공함으로써 신문 시장을 뒤흔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 워싱턴포스트가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같은 세계적 온라인 신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아마존과 워싱턴포스트의 결합이 흥미로운 시너지를 낳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T기업 리얼네트웍스의 대표 롭 글레이저는 "베저스는 IT업계에서 지적 호기심이 강한 경영인으로 워싱턴포스트에서 새롭고 흥미로운 모멘텀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캐서린 웨이머스 발행인도 "워싱턴포스트가 단기적 이윤이나 비용 문제를 의식하지 않고 언론 본연의 사명에 충실하는 데는 베저스 같은 의식 있는 기업인이 적격일 수 있다"고 말한다.

베저스는 진보적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 본사가 있는 워싱턴주는 인근 캘리포니아ㆍ오리건주처럼 진보적 성향이 강하다. 그는 2011년 워싱턴주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되도록 250만달러를 기부한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지 인수로 그의 진보적인 주장이 워싱턴 정가에 폭넓게 전달될 수 있는 채널이 확보됐다.

베저스는 1999년 타임지 '올해의 인물', 2012년 포춘지 '올해의 기업인'으로 선정될 정도로 성공한 기업인이다. 계약서 문구, 보도자료 표현 하나하나까지 체크하는 마이크로 매니저인 베저스가 이번엔 어떤 대박을 터뜨릴지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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