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골리앗 크레인·육상도크 녹 범벅 멈춰버린 세계 최대 조선의 꿈

■ 중국 STX다롄 가보니<br>건조하다만 컨테이너선 둥둥<br>임금체불에 전기 요금도 못내<br>협력사 53곳 고사직전 상태

중국 다롄의 STX다롄 조선소가 텅 비어있다. 한 때 3만여명에 달하던 근로자는 한 명도 보이지 않고 공장 시설도 곳곳에 녹이 슬고 있어 을씨년스러운 느낌이 들 정도다. /다롄=김현수기자

4일 찾아간 중국 다롄의 장흥도는 적막하기만 했다. 다롄 시내에서 100km 가량 떨어진 장흥도에는 다롄시 해외투자유치 1호 기업인 STX다롄이 위치하고 있다. 170만평에 5개의 골리앗 크레인, 4개의 선대(육상도크), 세계 최대 규모의 드라이도크에 엔진ㆍ선박블록 공장까지 위용을 자랑하던 STX다롄은 말 그대로 멈춰 있었다. 중국언론이 '쓰레기 공장'으로 변했다고 폄하할 정도다.

3만 명을 넘었다던 근로자들은 보이지 않고 건조하다만 컨테이너선과 가축운반선을 지키는 중국 경비원 1명만 서성일 뿐이다. 전체 건조공정 중 85%가 완료된 40만톤급의 광물 운반선은 마무리 작업을 하지 못한 채 접안시설에서 녹이 슬고 있었다.


1년6개월만에 갯벌을 세계최대규모의 해양플랜트 설비로 탈바꿈시키며 STX신화를 대변하던 STX다롄은 조선경기 불황과 롤오버(대출연장)가 용이하지 않은 중국 금융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한 벌인 차입경영에 발목이 잡힌 모습이었다.

4월 중국 근로자들의 임금 체불은 물론 전기ㆍ수도ㆍ가스 요금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다롄시 정부와 중국 은행권의 긴급운용자금 지원만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그사이 STX다롄과 동반 진출한 22개의 협력업체와 31개사의 외주협력업체는 피를 말리며 고사직전 상태다.

STX다롄 최고위 관계자는 "생산성 하락 외에 현금흐름이 망가진 게 결정타"라고 말했다. 중국은행권은 지난해 STX다롄의 채무 19억달러 중 지난해 7억달러를 회수하고 추가 대출을 하지 않고 있다. 중국 언론들도 지난해 말부터 STX다롄에 대해 중국 금융권의 자금 상환압박이 이번 사태를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STX다롄측은 현 위기만 넘긴다면 조선경기가 회복되며 내년 말에는 나아지지 않겠냐는 조심스런 낙관론을 내놓고 있다. STX다롄 최고위관계자는 "노르웨이 등을 중심으로 선박 발주가 되고 있는 만큼 긴급 자금을 투입하고 구조조정을 한 후 이익이 남는 건조를 위주로 한다면 살아날 수 있다"며 "도산시킬 생각이 아니라면 중국은행이 (조선소 가동의) 시동을 걸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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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STX다롄측은 지분절반 매각, 공장별 분할매각을 중국측에 제안한 상태다. 하지만 이도 만만치 않다. 100억위안 중 60억위안의 채무를 떠안고 있는 중국은행들은 한국 은행권이 공동 지원에 들어가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이미 해외법인에 대한 매각 결정으로 한국의 금융권이 손을 뗀 상황에서 자금투입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STX다롄 최고위관계자는 "방만했던 경영에 책임을 지고 인력 등을 구조조정하고 고통 분담을 할 것"이라며 "한국 정부와 금융권의 협조가 절실하고 특히 RG를 보유한 은행들은 선박건조를 위해 꼭 추가 지원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또 한편으로 STX다롄 사태는 대기업 협력업체들이 모기업만 믿고 해외 진출에 나섰다가는 동반 몰락할 수 있다는 점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STX다롄 협력업체들의 경우 어음 결제 등으로 짧게는 1년, 길게는 4년 동안 1,000억원 가량의 납품대금을 받지 못하며 2ㆍ3차 중국 하청업체도 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사채를 쓰고 있는 실정이다. 31개 협력업체들은 중국정부와 한국정부에 호소문을 통해 ▦영세업자에 대한 소액 채권 우선 변제 ▦중국과 한국정부 차원의 세제혜택 ▦금융권 비상자금 지원 ▦미수채권 보호 ▦한국정부 조사단 파견 등을 요청하고 있다.

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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