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씨 6~7일께 대선출마 선언
이명박·정동영과 3자구도 전망
온종훈
기자 jhohn@sed.co.kr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이번주 중 대통령선거 출마 선언을 할 것이 확실시되면서 연말 대선구도가 '이명박-이회창-정동영' 3자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 전 총재의 부상으로 형성된 대선 3자 구도론은 전통적인 지역ㆍ이념 등 양자 구도와는 전혀 다른 양상인 새 돌발변수를 바라보는 각 진영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지방에 머물고 있는 이 전 총재는 무소속 출마 쪽으로 사실상 가닥을 잡았으며 이르면 6~7일께 '국민께 드리는 글'을 통해 대국민 입장 발표를 하고 곧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총재는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한 마지막 입장 정리를 끝내고 5일 귀경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 '강ㆍ온' 압박전략으로 이회창 출마 저지=한나라당은 일단 이 전 총재의 출마를 저지하기 위해 강ㆍ온 양 측면에서 압박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명박 후보는 4일 "제가 아는 이 전 총재는 그렇게 쉽고, 가볍게 어떤 일을 결정할 분이 아니다"며 이 전 총재의 대선 출마를 우회적으로 만류했다.
한나라당은 내부적으로도 이 전 총재 출마의 빌미가 되고 있는 친박 인사들과의 당내 화합에도 신경을 쓰는 눈치다.
지난 3일 밤 강재섭 대표가 예정에 없이 당 최고위원들을 긴급 소집, 시내 한 식당에서 만찬회동을 가진 것도 이 후보의 이런 뜻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동은 명목상 '친박(親朴)계' 좌장 격인 김무성 의원의 최고위원 임명을 축하하는 자리였지만 사실상 이 후보가 최근 당 운영에 불만을 품고 있는 박 전 대표 측의 목소리를 듣고 이들을 달래는 등의 의도로 이뤄졌다. 이 자리에서는 "아직도 경선 중인 걸로 착각하는 세력이 있다"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킨 이재오 최고위원의 사과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경한 압박전략도 동시에 구사했다. 이 후보의 측근인 정두언 의원은 "이 전 총재가 출마할 것으로 보지만 신경쓰지 않는다"면서 "3자 구도로 가면 이 전 총재와 정동영 후보의 지지율이 같이 빠질 것인 만큼 대세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 측, 출마 명분 찾기에 고민=지지율 급상승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이 전 총재 측도 6~7일께 예정된 출마 선언에서 어떤 명분을 내세울지 고민하고 있다.
당장 "불안한 후보를 대신해 확실한 정권교체를 위한 것"이라고는 했으나 이 전 총재가 한나라당 후보로서 대선에서 두번 패배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명분이 떨어진다는 평가다.이 전 총재 측 이흥주 특보도 이 전 총재가 가장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 "보순진영 분열 책임론"이라며 이를 시인했다.
대선전을 치러야 하는 선거 조직구성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이 전 총재와 관련 있는 한나라당 내 원내 인사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으나 이들이 움직일 가능성은 크게 높지 않다.
◇대통합신당, 후보 단일화부터 속도 낼 듯=정동영 후보의 대통합민주신당은 지난주 말을 기점으로 이 전 총재의 출마에 대해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전 총재와 이 후보의 한나라당을 한 축으로 묶어 '부패세력'으로 규정하고 이번 대선을 '부패' 대 '반부패' 세력의 대결로 구도화하고 있다. 여기다 이 전 총재의 출마에 대해 "개탄과 분노를 자아낼 역사의 코미디"라고 성토하고 있다. 이 전 총재의 부상으로 예상치 않게 지지율 답보상태에서 3위로 전락했기 때문에 양자대결 구도로 복원시켜 전선을 명확히 하기 위한 전략이다. 더구나 범여권 후보 단일화에 더욱 신경을 쓰는 눈치다. 당장 지지율 3위 하락의 충격파를 벗어나기 위한 필요조건이기 때문에 후보 단일화를 마냥 미룰 수 없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입력시간 : 2007/11/04 1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