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국가 시스템 개조하자] 4부. 국민과 호흡하는 신뢰정치 시대로 <1> 5년마다 혼선 되풀이 막아라

밀실·독단 인사 그만… 공정·객관성 담보한 인사위 만들어야<br>정권교체때마다 인사 실패… 정부 신뢰도 추락<br>상향식 인사 '인선 3.0' 구축해야 국정 추진력<br>인수·인계 매뉴얼 제도화해 악순환 고리 끊고<br>靑, 국회와 소통·스킨십 늘려 야당 협조도 필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25일 청와대에서 정무직 인사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자리를 옮기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장^차관 인선은 출범 한 달 만인 이날 마무리됐다. /고영권기자


박근혜 정부가 경제 부문에서 추진하고 있는 개혁작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불공정거래 근절을 통한 경제민주화가 구체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고 중소ㆍ중견기업 육성을 통한 성장동력 마련도 탄력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정치개혁 분야에서는 가야 할 길이 멀고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그중 국정운영의 '마스터 키' 역할을 하는 청와대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5년마다 치러지는 대통령선거로 매번 정부가 교체되면서 똑같은 혼선들이 양산되는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정권 인수인계 매뉴얼을 법과 제도화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 상부구조 중의 상부인 '청와대가 변해야 대한민국이 변한다'는 명제를 분명히 공유해야 한다.

◇상향식 인선시스템 구축해야=정권교체기에 매번 문제되는 것이 인선시스템이다. 나랏일을 책임질 사람을 잘못 뽑거나 도덕적으로 하자가 있는 인물을 발탁한다면 새 정부의 국정운영 추진력이 떨어지고 국민 신뢰도 저하를 초래하게 된다.

실제 박근혜 대통령은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인선 문제로 홍역을 치렀다.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김학의 법무부 차관, 김병관 국방부 장관,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 등이 차례로 부동산 투기 의혹, 비자금 계좌 운영, 주식보유 사실 누락, 과거 경력 논란 등의 이유로 낙마했다. 이 같은 '인선 실책'으로 국민의 피로감은 가중됐고 박근혜 정부에 대한 지지율도 떨어지기 시작해 40% 초반까지 밀리기도 했다.

정치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하향식'이 아닌 '상향식' 인선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제언한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박근혜 정부는 정책 공유를 표방하는 '정부 3.0'을 내세우고 있는데 사람을 뽑는 것에서도 이를 적용해 '인선 3.0'을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박 대통령과 일부 핵심참모들만 인선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는 인사위원회를 구성해 인선 대상을 추천하고 박 대통령이 최종 지명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소수만 참여하는 밀실에서는 수많은 대상자의 도적적 흠결이나 하자를 찾아내기 힘들고 공정성도 확보하기 힘든 만큼 공개된 인사위원회를 구성해 검증작업도 체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수첩인사'로 표현되는 하향식 인선의 한계도 계속 비판을 받았다.

청와대 측도 인선시스템에 대한 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이전 정권이 사용했던 인선자료, 즉 존안자료를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고 검증작업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인사위원회의 큰 틀은 손상하지 않으면서도 구성과 내용을 손보는 작업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의도 정치와 거리 좁혀야=역대 대통령들은 국회로 대변되는 여의도 정치를 무시하거나 지나치게 거리를 둔 채 정책을 수립하거나 관련 법안을 무리하게 통과시키면서 국정 혼란이 초래된 경우가 많았다. 이른바 여의도 정치와의 소통에 문제를 드러낸 것이다.

관련기사



또 다른 정치전문가는 "대통령이 국회에서 직접 연두교서를 발표하고 중요한 국정 사안이 제기될 때마다 국회에 나가 특별연설을 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야당과의 거리 좁히기에 있어 결코 요식적ㆍ일방적인 접근 방식이 아닌 야당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대면(對面) 소통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개혁에서 자주 언급돼온 '대독총리' 관행을 없애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직접 국회를 찾아 국정운영의 방향과 현안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정치권과와 스킨십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ㆍ외교ㆍ통일ㆍ안보 분야와 관련한 첫 대정부질의에서 정홍원 국무총리가 박 대통령의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대독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공약으로 여야 지도부가 참석하는 '국가지도자연석회의'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또 합리적 세 부담을 결정하기 위한 국민대타협, 노사관계 안정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 등도 제안했는데 이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인 만큼 야당의 정책 제언과 조언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역대 대통령들이 여의도 정치를 소홀히 해 국정운영을 놓고 국회와 갈등하면서 국민들에게 정책 불안감을 안겨줬던 점은 주요한 반면교사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 중 국회에서 일절 국정연설을 하지 않았고 총리가 대신 연설문을 읽었다. 18대(2008년)와 19대(2012년) 국회 개원식에서 치사만 했을 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17대(2004년) 국회 개원식에서 치사를 했고 국정ㆍ시정연설을 한 경우는 세 차례에 불과했다.

청와대의 핵심관계자는 "박근혜 정부의 4대 국정 기조인 경제부흥, 국민 행복, 문화 융성, 한반도 신뢰 구축 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회, 특히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며 "정부 조직을 둘러싼 난맥상도 해결된 만큼 5월 미국 순방을 끝내고 돌아오면 여의도 국회로 향하는 박 대통령의 발길도 잦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박 대통령의 행보는 이 같은 예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북한의 도발 위협에 대응하고 민생경제 해법을 찾기 위해 국회의장단과 여당 지도부, 개별 상임위원회 의원들은 물론 야당 지도부까지 청와대로 초청해 조언을 구하는 등 '식사정치'를 가동하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정책을 수립할 때는 입법 과정까지 감안해 실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면서 "박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과 부처 장관들에게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와 수시로 접촉해 양해와 협조를 구하라고 지시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정명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