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논란 불거지는 9·1 부동산대책] 리모델링 띄우더니 재건축 풀어… 쏟아지는 정책에 시장 혼란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 "기다렸다 재건축 하자"

사업 확대 건설사 당혹

당장 목동·상계 호재지만 결국 강남만 혜택 우려도

시행된 지 120여일밖에 지나지 않은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재건축 연한 단축을 골자로 한 정부의 9·1대책 발표 이후 위기를 맞고 있다. 리모델링 추진단지가 몰려 있는 1기 신도시 분당신도시 전경. /서울경제 DB


대형 건설사를 그만두고 지난 2010년 리모델링 컨설팅업체 D사를 차린 L씨. 주택노후화 문제가 심각한 수도권 1기 신도시와 강남권에도 재건축이 불가능한 아파트 등이 많아 사업전망이 밝다는 판단에 이 업계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수직증축이 되지 않아 리모델링에 관심이 있는 단지가 많지 않았다. 그렇게 어렵게 꾸려오던 사업은 지난해 4월 국토교통부가 '구조상 안전' 문제로 4년여간 빗장을 걸어뒀던 수직증축을 풀면서 전기를 맞았다. 그렇게 5개 단지의 리모델링사업을 따내 직접 진행하고 있고 수주에 공을 들이고 있는 단지도 여러 곳이다.

잘나갈 것만 같던 사업은 불과 1년여 만에 다시 위기에 놓였다. 국토교통부가 재건축 연한을 10년 앞당기는 대책을 내놓았기 때문. 당장 리모델링 추진을 고려하던 강남의 한 아파트는 기다렸다 재건축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L씨는 "재건축 가능 연한이 40년이었을 때도 재건축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는데 10년이나 당겨졌으니 불붙은 데 기름을 부은 격"이라며 "주민 동의도 낮아진 상황에서 어떻게 리모델링사업을 끌고 나갈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의 재건축 연한 완화 추진으로 재건축 시기를 10년이나 앞당길 수 있게 되면서 리모델링업계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리모델링을 진행하고 있는 단지에서 기다렸다 재건축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 지난해 4월 국토교통부가 전향적인 수직증축 허용을 발표하고 올 4월부터 법안이 시행된 지 불과 120여일 만이다.

◇오락가락 정책 따라 시장도 우왕좌왕=당장 시장에서 오락가락하는 정부정책 탓에 사업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연한과 안전진단 기준 완화 등 재건축의 문턱이 대폭 낮아지면서 리모델링에서 재건축으로 방향을 전환하려는 단지가 늘어날 게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조합을 설립해 리모델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토지 등 소유자 3분의2, 각 동별 3분의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여기에 사업계획을 승인하는 절차인 행위허가를 위해서는 전체의 80%가 찬성해야 한다. 조합 설립시에만 동의서를 받으면 되는 재건축보다 훨신 까다로운 조건이다.


4월 수직증축 허용 이후 넓어진 시장을 타깃으로 리모델링 관련 부서를 강화했던 건설사들도 곤혹스럽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재건축 연한이 당겨지면 당장 리모델링 시장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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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형 건설사의 리모델링 담당부서 관계자는 "리모델링을 활성화하겠다는 정부가 불과 5개월도 안 돼 재건축 연한을 10년이나 당긴다는 게 상식적으로 맞느냐"며 "코미디도 아니고 뭐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주민들이 선택할 사항이라며 선을 그었다. 권혁진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과장은 "리모델링을 할 것이냐 재건축을 할 것이냐는 주민 스스로 선택할 문제"라며 "원활한 도심 주택 공급과 주민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주려고 했던 것이지 어느 정책을 우위에 두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남에만 혜택 집중 우려=재건축 연한이 앞당겨지면서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아닌 재건축을 선택하더라도 실질적인 수혜는 강남권에만 쏟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번 대책에 해당되는 물량이 많은 목동과 상계 지역의 시장이 단기적으로는 호재를 입겠지만 장기적으로 재건축 수익성이 높은 강남권 위주로 재편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는 당장 강남구 3,175가구와 서초구 5,146가구, 송파구 1만5,206가구가 재건축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과 교수는 "강남 재건축이 최근 활성화되면서 규제 완화 요구가 있었는데 정부의 이번 대책은 그에 대한 반응"이라며 "강남이 재건축 시장에서 규모는 작지만 가격과 질적 측면에서 핵심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혜택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발표됐을 때 막상 반응한 곳은 1기 신도시 가운데 분당 한 곳밖에 없었다"며 "(재건축 연한 완화로) 당장의 분위기를 보면 뜰 것 같지만 재건축도 양극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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