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북한, 미국과 대화 원한다면 비핵화 입장부터 밝혀라

한반도를 둘러싼 기류 변화가 심상치 않다. 북한이 미국과 일본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는 분위기다. 리수용 북한 외무상이 이달 중순 미국 뉴욕을 방문한다. 북한 외교수장으로서는 15년 만의 유엔총회 연설을 위한 것이기에 미국과 직접 관련은 없다지만 전후관계를 살펴보면 그렇지도 않다.


지난달 중순 미 정부 당국자들이 군용기로 평양을 극비 방문했다는 보도를 미국은 부인했으나 레이더상에 분명한 항적을 남겼다. 북한이 격렬하게 반대하던 한미합동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기간에 예전과 달리 이렇다 할 도발을 감행하지 않은 것이 미국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일본 역시 한국과 과거사 문제로 대립하는 뒤에서 납북 일본인 문제 공동조사를 명분 삼아 북한과 러브콜을 주고받았다. 지난달 말에는 국제레슬링대회까지 공동 개최했다. 북한이 일본을 가교로 미국에 접근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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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남북관계는 여전히 대치국면이다. 남북 간 상호불신은 북한 응원단의 인천아시안게임 참가를 무산시켰다. 북한은 한술 더 떠 1일 오전 동해 쪽으로 단거리발사체를 쏘아댔다. 남북대화보다 미국에 접근하려는 북한의 속내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미국과 소통을 시도하며 한국을 고립시키려는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설령 북의 의도가 그렇다 할지라도 미국과 북한의 대화 자체는 우려할 것이 아니다. 북의 이중전략이나 이간질이 통할 정도로 한미관계는 허술하지 않다. 북한이 적극적으로 대외관계 개선에 나설수록 한반도 긴장완화 여건도 조성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인식변화다. 북은 핵에 대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 북핵이야말로 한반도 긴장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싶어도 명분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북은 중국마저 우려하는 핵무기를 내려놓겠다는 일정을 밝힐 때에만 공존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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