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자녀 둘을 둔 40대 주부 손모씨는 최근 자신과 남편의 S사 신용카드를 잘라버렸다. 자녀들의 학원비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기 위해 새로운 신용카드를 발급 받았지만 불과 몇 개월 만에 서비스 혜택이 크게 줄어들어서다. 지난 3월까지는 전월에 학원비로만 20만원 이상 결제하면 2만원씩 할인 혜택을 받았지만 4월부터는 학원비를 포함해 50만원 이상 써야 똑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카드는 한때 학생 자녀를 둔 30~50대 학부모에게는 필수품으로 통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수년째 로열티를 갖고 애용하던 고객조차도 연말정산 때 유리한 체크카드로 손을 뻗다 보니 S사에서는 스테디셀러로 자부했던 카드가 서서히 고객의 지갑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에는 K사가 올 초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상품의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줄였다가 고객 항의와 금융당국의 질책에 떠밀려 혜택을 원상복구하기도 했다. 사장이 직접 나서서 "야심차게 기획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가 불과 수개월 만에 고객을 외면하고 돌아서 버린 처사였다.
여신금융업계에서는 지난해 9월부터 지난 3월까지 줄어든 포인트ㆍ마일리지ㆍ캐시백ㆍ할인 혜택 등의 서비스가 기존의 절반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했다. 또 서비스 축소 움직임은 최근에도 속도를 더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와 카드론 대출 제한 등으로 수익구조가 악화됨에 따라 부득이하게 서비스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고객에게 손실을 떠넘긴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대형 가맹점 수수료 인상에는 소극적이면서도 고객에게 제공하던 혜택을 언제든지 거둬들일 수 있는 부가서비스라는 명목으로 빼앗아버렸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신용카드업계의 이러한 행태는 과잉 경쟁에서 빚어졌다. 경쟁적으로 고객을 확보할 때는 각종 혜택으로 유혹하고는 이제는 '나 몰라라'하는 식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각 카드사들이 자신 있게 내놓는 '스테디셀러'도 찾아보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하나의 신용카드를 수차례 연장하며 사용하는 고객도 별로 없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게 있다면 영화관, 행사장에서 입장권을 살 때 어김없이 따라붙는 카드 모집인이다. 신용카드사들은 고객이 돌고 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언제든지 손짓만 하면 돌아온다고. 하지만 고객들은 이제 신용카드 하나에도 신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