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이전을 앞둔 기업은행(24110)에 대해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집중되고 있다. 이는 9월초 강원랜드가 거래소로 이전을 전후해 외국인 매수가 늘어나면서, 주가가 크게 오른 모습과 비슷해 관심을 끌고 있다.
21일 코스닥시장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연내 거래소 상장을 할 기업은행에 대해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9일부터 거래일로 13일 동안 사들인 주식이 141만주에 이른다. 이에 따라 외국인 지분율이 1.1%에서 1.58%로 높아졌다.
이는 거래소 이전하기 전의 강원랜드에 대한 외국인 매매패턴과 유사하다. 외국인은 지난 5월부터 강원랜드를 본격적으로 사들이며, 13%의 지분율을 거래소 이전 직전에 18.35%로 올려놨다. 19일 현재 지분율은 21.13%로 더욱 올라갔다.
증권전문가들은 기업은행에 외국인 매수세가 몰리는 이유는 강원랜드와 마찬가지로 코스피200 종목에 편입된 후 나타날 기관 매수세를 겨냥한 선취매 성격이 강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국내 기관들이 운용하는 주식형펀드가 프로그램매매 등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벤치마크 지수인 코스피200의 업종별 대표주들을 중심으로 바스켓을 구성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시가총액이 2조원에 달하는 기업은행을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상장이후 남는 지분을 주식예탁증서(DR) 형태로 해외에 매각할 경우 유동성 보강에 따른 주가 상승으로 시가총액이 더욱 늘어나, 상장후 1년이 지나야 가능한 코스피200편입이 앞당겨질 수도 있다는 점이 외국인 매수세를 부르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이 경우 펀드들은 운용대상 바스켓과 벤치마크 지수와 발생할 수 있는 오차인 트래픽에러를 방지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기업은행을 매수할 수 밖에 없다.
이와 함께 기업은행의 실적이 여타은행에 비해 나쁘지 않다는 점도 외국인 매수의 이유로 보고 있다. 임일성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은행 실적의 변수인 대출부문에서 기업은행은 82% 가량이 중소기업대출”이라며 “경기회복으로 중소기업대출이 가계대출보다 훨씬 안정적이라는 점이 기업은행 수익안정의 밑바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 애널리스트는 이어 “주당순자산비율(PBR)이 0.83배로 은행평균 1.12배에 비해 상당히 저평가돼 있다”며 기업은행의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쳤다.
한편 기업은행은 최대주주인 한국투신증권과 수출입은행 지분 10%를 다음달중 시가보다 5~10% 싸게 일반공모해 연내 거래소 상장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김현수기자 hs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