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수필] 신병현부총리와 구조조정

崔禹錫 (삼성경제연구소 소장)한국 개발년대의 산증인들이 한분 두분 세상을 뜨고 있다. 얼마전 작고한 신병현(申秉鉉) 전부총리도 5공(共) 경제의 큰몫을 한 분이다. 신 전부총리는 군사정부완 전혀 안맞을 것 같은 분인데도 부총리를 두번이나 지내는 등 경제각료로서 장수(長壽)했다. 성품이 곧고 신중하여 한번 원칙을 정하면 흔들림이 없었다. 행동적이고 일도양단(一刀兩斷)을 좋아하는 군사정부에서 신 전부총리가 중용된 것은 부조화 속의 조화라고 할 수밖에 없다. 5.16 군사 쿠데타에 반대하여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 데모까지 했는데도 3공 말 귀국하여 대통령 특보, 한은총재 등을 지냈다. 5공 들어선 상공장관,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 무협회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한번 옳다 싶으면 절대 양보하지 않았는데 사면초가 속에서도 80년대 안정화 정책을 끝까지 밀어붙였다. 신 전부총리는 경제를 일으킬 때보다 체질강화정책을 쓸 때 경제팀장으로서 적격이었다. 투철한 사명감에다 개인적 욕심이 없으니 잔신경을 안쓰고 목표를 향해 일로매진했다. 대대적 긴축정책, 예산절감, 추곡수매가 동결 같은 인기없는 정책을 황소고집으로 밀어붙인 저력은 유명하다. 그래서 곰바위라는 별명을 얻었는데 당시 여당이던 민정당(民正黨)에선 신 부총리라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곧 선거가 있다", "정권이 위태롭다"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그래도 두 번이나 부총리는 지낸 것이 불가사의다. 워낙 공사(公私)가 분명하고 사생활이 깨끗하니 흠잡기가 힘들었다. 대통령에 대해서도 공적으론 깍듯이 모시지만 결코 좋은 보고로 기쁘게 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대통령도 신 부총리만큼은 그러려니 하고 예외를 인정했다. 한때 공직자 기강을 잡는다고 골프금지령을 내린 적이 있는데 이때도 신 부총리는 "나는 술도 못하고 다른 오락도 없어 골프가 유일한 취미이니 계속 골프를 쳐야겠다"고 대통령께 특청을 하여 공식허락을 받은 적도 있다. 부총리직에 있을때나 그만두고 야(野)에 있을때나 한결같았다. 감정에 기복이 없고 늘 성실함을 잃지 않았다. 기자회견때 짖궂은 기자들이 갖은 유도질문을 해도 너무 진지하고 성실하게 답변하는 통에 재미(?)가 없어 포기하곤 했다. 요즘같이 인기없는 구조조정정책이 필요할 때 신 전부총리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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