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서러운 미등록 이주아동들

학교 들어가기도 어렵고… 다녀도 학력인정 안되고…<br>"교육권 보장해야" 한목소리

서울에 사는 옥흥(8)군은 미등록 이주아동이다. 베트남인인 흥이의 부모는 지난 1990년대 말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왔다가 불법체류자가 됐다. 한국에서 만나 결혼한 두 사람은 2004년 흥이를 낳았다. 흥이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되자 흥이 부모는 인근 학교를 찾아가 입학 의사를 밝혔지만 학교장으로부터 거절당했다. 불법체류자의 자녀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다행히 주위의 도움으로 흥이는 다른 초등학교에 진학해 한국 아이들과 같이 공부하고 있다. 흥이는 그나마 행운아에 속한다. 흥이와 달리 대부분의 미등록 이주근로자(불법체류자)의 자녀들은 '교육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4일 교육과학기술부와 법무부 등에 따르면 국내에 불법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는 3월 말 현재 5만5,300여명으로 추산된다. 불법체류 신분인 탓에 이들의 자녀가 몇 명인지는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는다. 시민단체들은 적게는 1만1,000명, 많게는 2만여명 정도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국내 학교에 재학하고 있는 아이는 그리 많지 않다. 지난해 국내 초ㆍ중ㆍ고교에 재학 중인 외국인 근로자 자녀는 1,270명에 불과하다. 상당수의 미등록 이주아동이 정규 교육권 밖에 방치돼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현행법상 불법체류자의 자녀라도 거주가 확인되면 학교장의 재량으로 국내 학교 입학이 가능하다. 문제는 학교들이 미등록 이주아동의 입학을 꺼린다는 것과 학교를 다니더라도 학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는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따라 부모의 체류자격과 무관하게 그 자녀들은 법 위반 주체로 보지 않는다"면서 "이 협약을 비준한 우리나라도 미등록 이주아동에 대한 교육권과 양육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동의 기본권을 강화하고 있는 국제적 추세에 맞춰 우리나라도 불법체류 신분이더라도 외국인 근로자의 자녀들에 대한 교육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해성 지구촌사랑나눔 대표는 "정부가 불법체류자의 자녀까지 돌봐야 하느냐는 지적도 있을 수 있지만 역지사지해서 미국이나 일본 등지에서 불법체류하고 있는 우리 국민의 자녀를 생각해보라"면서 "미등록 이주아동을 보호하고 교육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국격을 한 차원 높이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미등록 이주아동의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해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김동성 한나라당 의원은 '이주아동권리보장법'을 이달 중 발의할 계획이다. 교원의 불법체류자 자녀 신고의무를 삭제하고 학력을 인정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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