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새 대통령에게 바란다(사설)

새 대통령이 탄생했다. 위기에 몰린 국가를 구하고 21세기를 우리 시대로 열어가야 할 지도자로서 대통령이 등단했다.대통령 당선자는 치열한 선거전의 승리자다. 그러나 승자가 걸어가야 할 길은 험난하다. 승리의 영광을 누리기에는 어지러진 나라사정이 너무나 싸늘하다. 국제통화기금(IMF)한파로 국민들의 마음은 얼어붙었다. 축복이기에 앞서 국난을 풀어가야 할 책임과 역할이 무겁다. 그래서 그의 길은 꽃길이 아니라 고난이 함께 하는 가시밭길이다. 월계관이 아니라 가시면류관을 썼다. 박수 갈채를 음미할 여유가 없다. 결코 느긋하게 취임식까지 기다릴 틈도 없다. 그만큼 새 대통령 당선자가 짊어진 짐은 무겁고 급박하다. 특히 경제가 그렇다. 위기의 경제는 IMF통제를 받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경제주권을 내주고도 위기는 위기대로 우리의 과제로 남겨져 있다. 국민들의 자존심 손상과 좌절감은 과거 어느 때도 겪어보지 못했을 만큼 혹독하다. 새 대통령이 재도약의 기수이기를 기대하고 있다. 민의는 또 한번의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다. 편안한 대통령, 적당히 인기나 누리는 대통령을 바라지 않는다. 경제 대통령, 경제를 일으키는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시급한 과제는 외화확보에 새 대통령이 우선 해야 할 일은 경제를 살리는 일이다. 경제를 살리기 위한 위기돌파의 첫째는 외환 확보다. 달러부족의 해소는 발등의 불이기도 하다. 최근 위기의 본질은 외환의 과부족이다. 환율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주가가 바닥 모르게 추락하고 또 고금리에 자금난의 심화현상은 외자가 빠져나간뒤 유입되지 않아서 생긴 것이다. 물론 그 원인은 국가 신인도 추락 때문이다. 대통령 당선자는 취임식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즉각 달러확보를 위해 전방위 경제외교에 나서야 한다. 대외 신뢰도 회복을 우선 과제로 해서 외환·금융위기부터 해소해야 한다. ○수출 제일주의 총력체제로 둘째, 새 정부의 경제개혁 방향과 장단기 스케줄을 제시해야 한다. 개혁정책은 투명하고 일관성이 있어야 효과가 극대화 되는 법이다. IMF체제아래서 좋든 싫든 또 어렵든 수월하든 선택의 여지없이 경제 전분야에 걸쳐 개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IMF체제에서의 개혁방향과 대응전략이 제시된 적이 없다. 정부 정책이 IMF가 내미는 조건에 따라 우왕좌왕 혼란이 커지고 있다. 대외신인도가 회복되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셋째, 대량부도사태를 막아야 한다. IMF요구조건대로면 금융과 기업은 대량연쇄도산 사태를 피할 길이 없다. 신설 종합금융사는 말할 것 없고 국제결제은행의 자기자본 비율을 맞추지 못하는 은행도 도산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재정 금융긴축과 고금리의 파장이 자금난을 촉진, 기업의 부도로 이어지게 마련이어서 금융과 기업이 함께 무너지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넷째, 수출 총력체제를 갖춰야 한다. 우리 경제의 살 길은 수출에 있다. IMF의 조기졸업 돌파구는 수출에서 찾아야 한다. 외환위기의 단기 처방은 빚얻어 빚갚는 식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못된다. 외화를 벌어 갚을 능력을 확보해야 본질적인 문제가 풀린다. ○노사정 여야 대화합 선언을 우리나라는 수출로 일어났다. 과거 위기도 수출로 돌파구를 열었다. 다시 수출 제일주의로 나가야 한다. 제도적·정책적 지원방안을 총동원해야 한다. 물론 환율도 수출정책에 맞물리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엔화의 변동에 대한 대응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다섯째, 노·사·정 뿐 아니라 여당,야당을 포함한 5자 대화합을 선언해야 한다. 국난극복은 정부나 대통령 한사람의 힘으로는 되지 않는다. 총력체제가 아니고서는 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내기 어렵다. IMF조건을 이행하노라면 노사가 분열, 갈등을 빚기 십상이다. 더욱이 대통령 선거를 치르면서 여야 정치권의 적대적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이제 훌훌 털고 힘을 집결해야 할 때다. 멕시코의 경험은 우리에게 좋은 교훈이다. 우리보다 앞서 위기를 맞았던 멕시코는 노(농)·사·정이 대화합을 이룸으로써 성공적으로 극복해가고 있다. 여섯째, 경제를 이 지경으로 물고왔고 온 국민에게 좌절을 안겨준 데 대한 책임을 규명하고 문책해야 한다. 위기자초의 책임은 정부당국자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금융기관에도 있고 기업에도 있다. 정책을 빗나가게 부추긴 주변에도 있다. IMF조건에 따른 위기 수습은 금융기관이나 기업의 부담으로 끝나지 않고 국민부담으로 돌아온다. 국민의 이름으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30년 대공황 이후 미국의 광범위한 문책조치는 우리에게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다. 국민 모두가 쓴약을 받아들고 있다. 대통령은 그 약을 국민에게 먹이기 전에 쓴약을 먼저 마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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