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수요 산책] 우리마을 '觀國之光' 찾기

정상철 한국전통문화대 문화재관리학과 교수



현재 우리가 쓰는 관광이라는 말은 '역경(易經)'에 나오는 관국지광(觀國之光)의 줄임말이다. 관광은 다름 아닌 '나라의 빛나는 것을 보는 것'이다. 백제 금동향로처럼 처음부터 빛을 강하게 내뿜는 훌륭한 문화재도 있지만 스스로 발하는 빛이 미약해 활용도가 낮은 문화자원이 더 많다. 결국 잠재적으로 빛을 발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다 문화자원이 될 수 있고 또한 별로 빛나지 않는 것을 빛나게 바꿔주는 작업이 관광자원 개발인 것이다. 빛나는 관광자원으로 전환 시키는 데 있어서 문화자원(콘텐츠)의 확장과 심화 과정은 필수적이다.

문화자원 스토리 심화·확장통해 빛나


문화자원을 활용하는 지역의 다양한 성공사례를 다루는 문화경영론을 연구하는 필자는 최근 학생들과 함께 경남 통영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아 준 통영시 문화원 관계자로부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청마(靑馬) 유치환 선생의 출생지를 두고 통영시와 거제시 간 분쟁이 생겨 2003년에 개인의 출생지를 법원에서 판결하는 이례적인 사건이 벌어졌다는 것. 이 분쟁은 두 도시가 지역의 문화자원으로 문인 청마에게 시선을 돌린 결과다. '사랑하는 것이 사랑받느니보다 행복하나이다'로 시작되는 청마의 시 '행복'에서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훤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의 장소인 통영 우체국의 창문 앞 우체통. 그곳은 문화자원이 되고 문학지망생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의 방문을 이끌어 통영의 빛이 된 관광명소가 됐다. 청마가 편지를 부쳤던 그 장소의 우체통이 없었더라면 교과서에 나오는 '행복'은 시로만 남았을 것이지만 우체통 하나로 청마거리가 소구력 있는 문화자원으로 확대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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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모델이 있으면 쉽게 모방을 한다. 하지만 그러한 모방은 좀처럼 성공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문화자원 및 콘텐츠의 심화 과정에 대한 고민 없이 모방하기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마을벽화로 성공한 통영시 동피랑사업은 금방 전국적인 모방으로 번졌다. 유사한 마을벽화가 많아졌지만 동피랑의 유명수준을 뒤엎지는 못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마을벽화보다 그림 수준이 높아서 그럴까. 우리가 동피랑을 방문했을 때 마침 통영고등학교 미술동아리 학생 네다섯 명이 벽에 그림을 그리는 중이었다. 폄하하려는 뜻이 아니라 고등학생이 제아무리 잘 그린들 고등학생의 작품일 뿐이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동피랑의 마을벽화는 마을의 꼭대기에 있는 동포루에서 통영 앞바다를 내려다보는 그 풍광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만약 그 뛰어난 풍광이 없었다면 전국의 어디에나 있는 마을벽화 중의 하나에 불과했을 것이라 짐작된다.

모방보다 지역특성 살리는 노력 필요

반면에 통영 앞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동포루와 같은 풍광 좋은 곳은 통영에 여럿 있다. 예를 들면 달아공원이나 남망산조각공원에서 내려다보는 풍광이 어찌 보면 동포루에서 보는 풍광보다 더 좋다. 하지만 동포루에 오르는 골목길에 마을벽화가 있으니 달아공원이나 남망산조각공원보다 더 사람들이 찾는 빛나는 명소가 된 것이다. 동포루와 동피랑 마을벽화는 서로의 가치를 증대시켜주는 보완재 역할을 한 셈이다.

구슬이 서 말이더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다. 구슬이 서 말이 되도록 지역의 문화자원을 새롭게 발굴하고 확장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그것을 서로 엮고 꿰어 심화시키는 과정이 있을 때 문화자원을 제대로 빛나게 하고 활용하는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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