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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앤조이] "저 사람 진짜 속마음은 뭘까?"

■ 현대사회는 심리전… 탐구생활로 백전백승!


남자가 소변 후 씻지 않은 손으로 애인에게 김밥을 먹여준다.(남녀탐구생활‘공중화장실 편’)

여자가 화장실 사용 전 변기 위에 휴지를 깔고 있다.(남녀탐구생활‘공중 화장실 편’ )

검색 포털 네이트가 남녀탐구생활을 패러디해 새 검색활용법을 알리는 캠 페인.

오픈마켓 11번가는 남녀탐구생활을 패러디해 수험생 대상 할인 판촉전을 기획했다.

‘이쁜 것들은 뭘 먹는지 탐구하도록 해요’라는 멘트와 함께 제품 특성을‘남녀탐구생활’ 만의 독특한 내레이션으로 설명하는 남양유업의‘불가리스 트루’광고.

[리빙 앤조이] "저 사람 진짜 속마음은 뭘까?" ■ 현대사회는 심리전… 탐구생활로 백전백승! 남자가 소변 후 씻지 않은 손으로 애인에게 김밥을 먹여준다.(남녀탐구생활‘공중화장실 편’) 여자가 화장실 사용 전 변기 위에 휴지를 깔고 있다.(남녀탐구생활‘공중 화장실 편’ ) 검색 포털 네이트가 남녀탐구생활을 패러디해 새 검색활용법을 알리는 캠 페인. 오픈마켓 11번가는 남녀탐구생활을 패러디해 수험생 대상 할인 판촉전을 기획했다. ‘이쁜 것들은 뭘 먹는지 탐구하도록 해요’라는 멘트와 함께 제품 특성을‘남녀탐구생활’ 만의 독특한 내레이션으로 설명하는 남양유업의‘불가리스 트루’광고. 『 #남자. 바지를 구입하러 온 남자는 쇼핑센터로 들어오자마자 아무 이유 없이 가슴이 답답해지고 호흡 곤란이 오기 시작해요. 그러다 판매원과 눈이 마주쳐요. 예상대로 판매원이 생글거리며 들어와서 편하게 살펴보라네요. 그 말에 마음이 세 배는 더 불편해졌어요. 판매원이 최고 인기상품이라며 남자가 절대로 소화할 수 없는 바지를 강력 추천해요. 전혀 맘에 들지 않지만 성의를 생각해 살펴봐요. 판매원이 입어보라고 권해요. 입어보고 싶지 않지만 "그럴까요" 라고 대답해요. 탈의실에서 나와 거울에 비춰봐요. 마치 입고 꿰맨 바지 같아요. 그때 판매원이 '간지'가 좔좔 흐른다며 감탄을 연발해요. 그 말이 남자에겐 입어보기까지 했는데 "그냥 가면 넌 인간도 아니야"라는 말로 들려요. 결국 심리적 부담을 이기지 못한 남자는 "입고 가도 되죠?" 하며 구입을 결정해요. #여자. 여자는 쇼핑센터에 들어서기 전 옷을 점검해요. 빈티가 나면 점원들에게 무시받기 딱 좋아요. 미리 점 찍어둔 가게에 들어섰지만 점원이 전화통화하느라 나를 아는 척하지 않아요. 투명인간이 되는 느낌이에요. 상한 자존심으론 쇼핑을 진행할 수 없어 그냥 나오려는데 마네킹이 입고 있는 완벽한 블라우스를 발견해요. 여자는 자신이 이 블라우스에 완전히 꽂혔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애써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여요. 옷에게 반했다는 사실을 들키면 점원과의 기 싸움에서 밀린 것이기 때문이에요. 결국 여자는 카드를 내밀며 저 블라우스를 새 상품으로 꺼내달라고 해요. 드디어 저 아이가 내 것이 되는 감격적인 순간이에요. 이제 여자는 완벽한 블라우스에 어울리는 완벽한 스커트를 찾을 때까지 돌아봐요. 백화점은 원래 백 바퀴를 돌아서 백화점이니까요. 최근 한 케이블TV에서 방영돼 장안의 화제를 몰고온 '남녀탐구생활' 가운데 '쇼핑편'의 내레이션 내용이다. 남자도, 여자도 쇼핑하러 나가 옷을 산 결과는 똑같지만 매장에서 옷을 고르고 사기까지 과정에서 남녀의 속마음은 전혀 딴판이다. 서로 짐작도 하기 힘든 남녀의 심리 차이를 빗대어 누군가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로 정의하기도 했다. 남녀의 서로 다른 심리와 생활습관 등을 사실적이면서도 재미있게 연출한 이 프로그램은 통상 시청률 1%만 넘어서도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케이블방송에서 3개월만에 이례적으로 마의 3%대 시청률을 돌파했다. 지난주말에는 최고 시청률(4.36%)을 기록하며 인기몰이중이다. TV와 인터넷에서는 이를 패러디한 광고와 UCC 동영상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20~30대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선 '남녀탐구생활'을 모르면 대화에도 끼지 못할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이성의 속마음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증거인 셈이다. 탐구의 사전적 의미는 진리, 학문 따위를 파고들어 깊이 연구한다는 뜻이지만 TV 프로그램의 인기 이후 사람의 속마음을 들여다본다는 의미를 추가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다. 사람들은 왜 사람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탐구생활'에 열광할까. TV속 탐구생활은 '남녀'라는 성별에 방점을 찍으면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지만 사람의 속마음을 깊이 들여다보는 탐구의 영역은 비단 남녀 연애사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옛 속담처럼 인간에게 있어 타인의 복잡 미묘한 속마음을 알아내는 일은 평생토록 풀어야 할 숙제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 대상은 맘에 드는 이성이 될 수도 있고 어떻게든 물건을 팔아야 하는 손님이 될 수도 있다. 때론 내게서 백수 딱지를 떼어줄 면접관일 수도, 나의 생사(?)를 좌지우지하는 직장상사일 수도 있다. 아마도 우리가 속마음을 알고 싶어하거나 또는 알아야만 하는 대상은 세월이 흐를수록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현대사회는 심리전의 사회"라고 표현하는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의 저자 김혜남 박사 말대로 현대사회는 정치, 경제, 문화 등 사실상 거의 모든 분야를 불문하고 상대방의 심리를 정확히 꿰뚫어보고 그에 맞춰 대응하는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인생 자체가 '속마음 읽기 싸움'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정희 한양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타인의 심리에 관심이 있다는 것은 자신의 심리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한다. 결국 탐구 생활은 타인의 속마음은 물론 나 자신의 속마음까지 알고 싶어하는 심리학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얘기다. 이번 주 리빙앤조이는 최근 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탐구생활 열풍의 실체를 들여다봤다. 』 ● '남녀탐구생활' 열풍 왜? 누구나 한번쯤 경험한 이야기 타인 궁금해하는 한국인 정서에 부합 감춰진 속내 과감히 노출 '카타르시스' 유발 휴대폰등대기업도 광고 차용 '인기' 직장인 김영곤(30) 씨에게는 요즘 새로운 버릇이 하나 생겼다. 여자친구를 만날 때마다 그녀의 말투와 행동은 물론 사소한 표정까지도 놓치지 않고 유심히 살펴보는 것이다. 평소 무뚝뚝한 성격 탓에 여자친구에게 ‘미련 곰탱이’라는 핀잔을 밥 먹듯 들어온 그가 세심한 남자로 변신을 결심하게 된 데에는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TV 프로그램 ‘남녀탐구생활’의 영향이 컸다. 김 씨는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그동안 잘 몰랐던 여자의 속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다”며 “여자친구의 심리를 이해하게 되면서 다툼도 많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남녀의 심리 차이를 다룬 TV 프로그램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사람의 속마음을 알고 싶어하는 ‘탐구생활’ 열풍이 확산되고 있다. ◇”다들 이렇게 살아가는구나”…공감대 형성=‘남녀탐구생활’의 인기는 하나의 신드롬으로 자리잡고 있다. 매주 월요일만 되면 직장인들 사이에선 지난 주말에 방송된 남녀탐구생활에 대한 수다가 끊이질 않는다. 방송이 끝나고 나면 시청자 게시판은 ‘완전 공감’이라는 내용의 글로 도배가 된다. ‘제 일상의 얘기들을 모아놓은 것 같아요’, ‘여자의 자존심을 남자들에게 파헤치는 방송’, ‘남자친구와 서로를 더욱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등 적나라하게 드러난 남녀의 속마음에 공감한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여기에 미국드라마 ‘엑스파일’의 ‘스컬리’ 목소리로 잘 알려진 성우 서혜정 씨의 중성적이고 기계적인 내레이션은 제3자의 입장에서 남녀를 탐구해야 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프로그램의 재미를 더해준다. 남녀탐구생활의 이성수 PD는 “누구나 한번쯤 경험하고 느껴봤음직한 생활 속 이야기를 토대로 마치 사람의 심리를 컴퓨터 단층 촬영하듯 엿보는 표현 방식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기존의 현실상황을 넘어서지 않는 범위 내에서 누구든지 고개를 끄덕일 만한 얘깃거리들을 찾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마음은 쉽게 드러내지 않으려 하면서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유독 궁금해하는 한국인 특유의 습성도 탐구생활 열풍을 부채질하고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씨는 “누구나 상대방의 속마음을 탐구하고 싶어하는 열망을 갖고 있기 때문에 ‘탐구생활’은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욕구 중 하나”라며 “그동안 드러내지 않고 숨겨왔던 속마음들이 최근 인터넷 문화의 확산과 함께 점차 외부로 표출되면서 상대방의 심리를 들춰보는 탐구생활이 하나의 놀이문화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익명성이 보장된 인터넷 공간에서는 자신의 속마음을 밖으로 드러내는 동시에 상대방의 숨겨진 속마음에 대해서도 파헤쳐보고 싶은 욕구가 ‘탐구생활’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타인에 대한 솔직함이 사라진 대신 가식이 팽배한 현대 사회에서 감춰왔던 속마음을 가감 없이 드러낸 탐구생활이 사람들에게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이러한 점에서 남녀탐구생활은 상대방의 가식을 한 눈에 알아챌 수 있는 일종의 참고서와도 같다”고 분석한다. 온라인에서는 이를 모방한 UCC 동영상들도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드라마 ‘선덕여왕’의 김춘추와 김유신을 패러디한 ‘춘추vs유신 탐구생활’에서부터 남녀의 다른 음악검색 스타일을 보여주는 ‘남녀탐구생활패러디-음악검색편’, 소개팅을 준비하는 남녀의 차이를 재미있게 표현한 ‘남녀연구생활-소개팅 제안편’ 등 다양한 내용이 네티즌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인터넷에 연재된 만화 ‘탐구생활’ 역시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궁상맞은 현실을 맛깔나게 그려내며 TV 남녀탐구생활보다 한발 앞서 탐구 열풍의 불을 지피기도 했다. ◇현대인의 불안과 스트레스 반영=사람들이 탐구생활에 열광하는 또다른 이유로 전문가들은 타인에게 상처받고 싶지 않는 현대인들의 자기방어적인 심리 현상을 꼽는다. 점차 개인화되는 사회에서 경제위기, 가족 해체 등을 겪으면서 소외감을 더 많이 느끼게 된 사람들이 남에 대해 더 알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김혜남 인천나누리병원 정신분석연구소장은 “현대인들은 겉으로는 남들의 시선에 개의치 않는 쿨한 사람인 척하지만 사실 속으론 타인의 말 한마디에도 상처를 많이 받는 예민한 존재”라며 “최근 사람들이 탐구생활에 열광하는 것 역시 그만큼 상대방의 마음을 미리 꿰뚫어보고 상처를 덜 받고 싶다는 증거”라고 설명한다. 즉 내가 타인에게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선 결국 타인의 심리를 먼저 파악해둬야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는 심리라는 것. 한양사이버대학교 하정희 교수 역시 현대인의 소외감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하 교수는 “요즘 젊은 세대는 심리적으로 의존적인 성향이 강하고 실수나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 큰 것이 특징”이라며 “과거 이성에게 용기 있게 고백했던 세대와 달리 최근의 신세대들은 미리 상대방의 마음을 어느 정도 재보고 접근하려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탐구생활이 높은 인기를 끄는 이유 역시 그만큼 상대 이성의 심리를 먼저 파악해 실수를 최소화하려는 신세대들의 욕구와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의 탐구생활 열풍은 타인을 잘 이해하고 싶어하는 적극적인 의사 소통의 일환인 동시에 상대방의 심리를 훔쳐보고 내 의도대로 움직이고 싶어하는 두 가지 측면이 공존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상대방과의 심리전에서 이겨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이 크다 보니 그에 따른 스트레스도 커질 수밖에 없다. 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현대 도시는 수많은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남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현대인들의 스트레스는 더 높아진다.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다른 사람의 진짜 속마음을 알아두는 ‘학습효과’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지만 정작 자신에게 맞는 정보를 검증할 능력이 없는 현대인의 불안한 심리도 남의 속마음을 알고 싶어하는 욕구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동안 막연하게 알고 있던 정보가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토대로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될수록 사람들은 그 정보를 더욱 믿고 따른다는 것이다. ◇기업들도 탐구생활 삼매경=많은 사람들이 ‘탐구생활’에 관심을 갖자 이 기회를 놓칠세라 기업들도 ‘탐구생활’ 방식을 차용해 상품광고 및 판촉활동에 활용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최근 떠먹는 요구르트 ‘불가리스 트루’를 새로 내놓으면서 남녀탐구생활의 컨셉트를 접목한 TV 광고를 함께 선보였다. 원조 국민 여동생으로 불리는 배우 문근영이 등장하는 이 광고는 ‘이쁜 것들은 뭘 먹는지 탐구하도록 해요’라는 멘트와 함께 제품 특성을 ‘남녀탐구생활’만의 독특한 내레이션으로 설명한다. LG텔레콤이 인터넷 상에 공개한 광고 동영상 ‘후룸라이드 OZ 탐구생활’편도 신세대와 구세대의 휴대폰 서비스 사용법을 비교하는 ‘탐구생활’ 방식을 차용했다. 과거 음성통화에만 국한돼있던 휴대폰 기능이 인터넷을 비롯한 데이터서비스의 영역까지 점차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고객과 그렇지 못한 사용자간의 대비를 탐구생활 방식으로 재미있게 풀어냈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최근 남녀의 소개팅 상황 비교를 통해 빈틈없는 투자분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금융탐구생활 이야기’ 광고 편을 선보였다. SK커뮤니케이션즈의 검색 포털 네이트는 검색어뿐 아니라 그와 유사한 의미의 연관어를 함께 찾아주는 시맨틱 검색 활용법을 고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남녀탐구생활을 패러디한 ‘검색 탐구생활’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들도 열풍에 동참하고 나섰다. 인터파크 뷰티 카테고리에서는 남자와 여자의 화장품 사용법을 비교한 ‘남녀탐구생활 화장빨 특집’ 기획전을 진행하고 있다. 화장품을 바르는 순서에서부터 남녀의 차이를 공감할 수 있는 재미있는 멘트와 상품 소개가 함께 이뤄지는 이번 행사는 일반 기획전 대비 두 배가 넘는 페이지뷰를 기록할 정도로 고객 반응이 뜨겁다. 특히 ‘부끄부끄 샤방샤방 생얼메이크업’을 위해 너무 두꺼우면 안되니 간단하게 13단계만 찍어 바른다는 여자와 화장품 한 가지만 바르면 피부관리가 끝나는 남자의 극명한 대조는 보는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G마켓은 최근 남녀 성별로 가장 관심이 높은 자동차와 화장실을 개조해주는 ‘남녀탐구생활 개조 이벤트’를 진행했다. 실제로 자동차 용품의 경우 응모자의 80%가 남성이었으며 화장실 개조 역시 응모자의 85%가 여성이 차지할 정도로 성별에 따른 이벤트 선호도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 밖에 11번가는 수험생을 대상으로 필수 디지털 전자제품을 할인 판매하는 ‘수능 끝난 수험생 탐구생활’ 기획전을 진행하고 있으며 디앤샵도 상품별 특징을 탐구하듯 설명해주는 ‘탐구생활 인터넷 쇼핑’편을 마련했다. 서울광고기획의 송경란 AE는 “신제품의 여러 특성을 마치 탐구하듯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재미있게 설명해주는 방식은 소비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데도 매우 효과적인 광고기법”이라고 말했다. ◇한국사회의 심리학 열풍= 탐구생활 신드롬은 몇 해전부터 불기 시작한 심리학 열풍과도 맞닿아 있다. 사람의 속마음을 꿰뚫어보는 것이 탐구생활의 본질이라고 할 때 타인의 마음을 알고 싶어하는 심리와 자기 내면을 통찰하려는 심리 모두 심리학과 맥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리학 열풍이 지속되게 된 배경에는 IMF 외환 위기, 글로벌 금융 위기 등 잇단 경제 위기가 한 몫했다. 위기의 원인과 해법을 사회구조나 시스템 등 추상적인 거대담론에서 찾을 수 없다는 절망은 오히려 개인의 행동과 마음 등 심리학에서 해법을 찾기 시작하게 된 계기로 작용한 것이다. 김혜남 박사는 “최근 심리학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이 많이 불안해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그동안 사람들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외부에서 해결책을 모색해왔지만 이젠 그마저도 힘들어지다 보니 심리학, 특히 자신의 내면에서 방법을 찾게 됐다”고 말한다. 지난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현대인들은 프레젠테이션 기법이나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같은 자기 ‘스펙 만들기’에 열중해왔다. 당시 자기계발서가 큰 인기를 끌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는 자기계발로도 극복할 수 없는 거대한 장애물을 만들어냈다. 한동안 인기를 끌던 자기계발서가 주춤한 대신 심리학 서적들이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른 것은 결국 자신의 내면에서 삶의 정답을 얻고자 하는 심리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서점가에서는 심리학을 소재로 한 서적들의 출간이 붐을 이루고 있다. 올 1~10월 출간된 심리학 관련 서적은 모두 321종으로 2년 전 같은 기간의 273종을 크게 웃돌고 있다. 이같은 인기에 힘입어 일부 대형서점의 경우 아예 심리학 인기 도서만을 별도로 모아놓은 코너를 마련해놓기도 했다. 교보문고의 11월 첫째주 주간 베스트셀러 종합 200위 순위에는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프로이트의 의자’ 등 심리학 관련 서적이 8권이나 올라있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전지혜 북마스터는 “주로 20~30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던 심리학 서적이 최근엔 30~40대 남성으로까지 점차 독자층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탐구생활로 대변되는 심리학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 현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그러나 타인의 심리에 앞서 자신의 심리에 대해 정확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정희 교수는 “인간의 다양한 심리를 어느 한 두 가지 특성만으로 규정짓거나 맹신하는 것은 피해야 하겠지만 사람들이 심리학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만큼 건강해졌다는 증거”라며 “다만 나를 제대로 알아야 남도 건강하게 바라볼수 있다”고 말했다. 김혜남 박사는 “얄팍한 심리학의 지식을 잘못 적용할 경우 많은 사람들에게 오해와 혼동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며 “심리학이 자기 성찰에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섣불리 타인의 문제까지 함부로 적용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co.kr 그래픽=이동수기자 입력시간 : 2009-11-1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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