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공정위 입찰담합 직권조사] 건설업계 고질병 뿌리뽑는다

「이 지역에는 내가 연고권을 갖고 있다. 그러니 이번에는 내가 하자」일반인들에겐 생소하지만 건설업자들에겐 낮익은 이같은 내용의 「콜 레터(CALL LETTER)」라는 쪽지가 있다. 건설공사 입찰 현장설명회가 열릴 때면 어김없이 등장한다. 콜 레터는 공사 지역에 대한 연고권을 갖고 있는 건설업체가 입찰에 참여한 다른 업체들에게 연고권을 주장하는 내용을 담은 일종의 회람이자 주동자 이름이 적힌 사발통문이다. 콜 레터는 건설업계의 고질적 비리인 입찰담합의 현실이 어느정도 심각한 수준에 와 있는가를 잘 말해준다. 시장경제의 원리가 철저하게 무시된 채 단지 연고권을 가진 사람이 공사를 가져간다. 공정한 경쟁의 장이 되어야할 입찰은 나눠먹기식 담합으로 얼룩질 수밖에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같은 입찰담합이 엄청난 예산 낭비와 부실공사를 초래한 다는 사실이다. 공정위가 입찰담합에 대해 직권조사를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조사대상 업체 모두에게 1억원 이상의 과징금을 매긴 것도 최초다. ◇입찰담합 조사결과= 공정위는 건설공사 입찰 건중 계약금액이 200억원 이상이면서 예정가격대비 낙찰률이 95%이상인 입찰 건 3개를 조사대상으로 선정했다. 예상대로 조사결과 3개 입찰에 참가한 26개사 모두가 답합행위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 낙찰업체, 참가업체 가릴 것 없었다. 지난해 2월 서해안고속도로 군산- 무안간 건설공사(21공구)를 따낸 한진종합건설은 입찰 현장설명회에서 콜레터를 돌리고 업체간 자율조정을 위해 시공간담회를 개최했다. 참여업체들은 여기에 협조했고 한진은 96.32%의 높은 낙찰률로 공사를 수주했다. 인천인수기지 제2부두 항만공사를 따낸 대림산업, 남해고속도로 동마산 인터체인지(IC)및 구암육교 개량공사를 수주한 삼부토건도 같은 수법으로 동원했다. 약속이라도 한 듯 96%이상의 높은 낙찰률을 나타냈다. 울산광역시 산업로확장공사 입찰에서는 ㈜삼호가 협조를 거부하자 현대건설등 나머지 8개업체가 짜고 1차입찰을 유찰시킨 뒤 약속대로 현대건설이 낙찰받을 수 있도록 도운 사실도 있다. 공정위는 담합행위를 한 한진종합건설등 26개업체에 총 10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건설업체들이 놀랄 정도의 강경조치다. 그동안 건설업체들은 담합사실이 적발됐더라도 몇천만원의 과징금을 내면 그만이었다. ◇조사 배경및 의미= 공정위는 이번 조사가 신호탄에 불과하다고 밝히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국세청 등 관계부처와 공동으로 공공공사의 입찰담합 행위는 원칙적으로 검찰에 고발, 형사처벌을 받게하고 주도업체는 물론 들러리업체(참가자)까지 고액의 과징금과 함께 입찰참가자격 제한을 받게하는 등 처벌을 크게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 적발된 업체들은 과징금을 물어야 할 뿐 아니라 일정기간동안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 이와함께 3년간 입찰자격사전적격심사(PQ)에서 감점을 받고 해외건설공사에도 타격을 받게된다. 건설업체로서는 치명타다. 공정위는 지난해 공공건설공사 입찰 담합으로 약 3조원의 예산이 낭비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공정위는 예산 낭비와 부실공사를 줄이고 경쟁입찰 질서의 조기 정착을 위해 강도높은 직권조사를 지속 실시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6개 대형건설업체의 입찰담합에 대해 10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이번 조치는 고질적이고 관행화된 공공공사 입찰담합을 반드시 뿌리뽑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대변하고 있다. 【박동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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