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5월 22일] 공공미술을 '강제' 말아야

“공공의 이익과 이해를 위해 필요한 공공미술은 정당한 공공의 재정을 확보함으로써 추진돼야 합니다. 애당초 도시의 환경 개선이라는 사회적 과제를 공공재정으로 해결하기보다는 건축주들에게만 부담 지우는 방식으로 시작된 게 문제였고, 규제의 성격을 띠게 된 겁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21일 국립민속박물관 대강당에서 공동으로 개최한 ‘미술 장식 제도 개선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미술평론가 이재언씨가 이같이 밝혔다. ‘미술 장식 제도’는 연면적 1만㎡ 이상의 건축물을 지을 때 건축비의 최대 0.7%에 해당하는 금액을 회화ㆍ조각ㆍ공예 등 미술품 설치에 사용하도록 한 제도다. 지난 1972년에 예술 친화적인 도시환경 조성과 국민 문화 향유권 신장을 목적으로 제정됐고 1984년부터는 건축주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강제 조항으로 바뀌었다. 2008년 한해 동안 이 제도에 의해 설치된 미술품은 1,200여건에 이르며 비용만 970억원 규모에 달한다. 하지만 문제는 공공미술을 잘만 운영하면 죽은 도시도 살려내지만 자칫하면 ‘공공의 적’으로 전락한다는 데 있다. 사후관리가 안 된 공공 조형물은 예술 친화적 환경은 고사하고 흉물이다. 수준 낮은 저급한 작품들은 불쾌감마저 준다. 리베이트 관행, 설치작품에 대한 모작 논란과 선정방식의 문제에 대한 잡음은 끊이지 않는다. 제도의 취지인 작가 지원 의도는 왜곡된 채 미술계의 골칫거리가 된 것이다. 이날 주제 발표를 맡은 서성록 한국미술평론가 협회장은 “제도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문화예술위 산하에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공공 조형물 지원센터(가칭)’를 둬 설치된 조형물에 대한 사후 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하고 대행업자에게 관리를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미술계는 작품 표준단가부터 제작 현황, 작가 정보에 대한 정보 데이터베이스(DB) 구축도 제안하고 있다. 나아가 미술품 설치 의무조항에 반대하거나 조형물 설치를 원하지 않는 건축주에 대해 의무적인 설치 비용을 공공 기금에서 출연할 수 있게 하는 ‘선택적 기금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30여년 전에 이 제도가 생겨났을 때는 단순한 건축 장식이 목적이었으나 이제는 사회와 호흡하며 상징물로 자리매김하는 공공미술이라는 점에 대한 인식 제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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