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남성 조모씨는 치아 4개에 대해 임플란트 시술을 받았다. 그런데 그중 1개 시술이 잘못돼 신경에 손상을 입는 바람에 심한 통증을 앓게 됐다. 결국 치과의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시술 부작용을 충분히 알리지 않은 의사의 책임을 물어 1,000만원을 환자에게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피아노 강사인 박모씨는 왼쪽 겨드랑이에 생긴 혹을 제거하기 위해 병원을 찾아 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마친 후 간호사가 수액주사를 놓는 과정에서 팔의 신경을 잘못 건드려 박씨는 엄지 손가락에 미세한 감각 이상증세를 겪게 됐다. 박씨는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간호사의 과실을 인정해 약 2,300만원의 배상판결을 내렸다.
최근 의료 과실에 대한 소송에서 의사측의 책임을 엄하게 묻는 판결이 잇따라 나오면서 환자와 의사, 양측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 "비전문가인 환자측 입증책임 완화해야"
의료 소송은 의사의 실수와 환자의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비 전문가인 환자가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힘겨운 싸움’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환자의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판결이 잇따라 나오면서 의사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의료소송에서는 의사가 ‘의료행위 상 주의의무’와 ‘설명의무’, 두 가지를 위반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우선 의사가 ‘의료행위 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해 환자에게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의사의 실수를 환자가 규명해야 해야 하는데 과거에 비해 환자의 입증책임을 완화하고 있는 추세다.
대법원은 “환자가 별다른 건강상의 결함이 없는 경우에는 의사측에서 의료사고가 의료상의 과실이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손해배상책임이 의사측에 있다고 보는 것이 공평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두 번째로 설명의무의 경우, 의사가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환자의 결정권을 보장하지 못했다면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
한 의료전문 변호사는 “치료 이후 환자에게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의사의 실수를 명백하게 증명하지 못하더라도 재판부가 설명의무 위반을 들어 환자측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 의사들 반발
그 동안 ‘소송의 성역’ 처럼 여겨졌던 의료분야에서도 활발하게 법적 분쟁이 벌어지면서 의사들의 반발도 거세다.
특히 의료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산부인과의 경우에는 사망사고가 많아 손해배상액수가 다른 의료분쟁이 비해서 크다. 최근에는 기형아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원치 않는 아이를 낳게 한 산부인과 의사의 책임을 묻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산부인과를 기피하는 분위기로 산부인과 의사가 부족한 상황인데 의사가 소송을 의식해 소신에 따른 진료보다는 책임회피성 진료에 집중할 경우 오히려 환자들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