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산업은행, 왜 포스코 버렸나

■ 포스코, 대우조선 인수전 탈락<br>'투명·공정한 결정' 명분 선택<br>참여 허용땐 정치적 논쟁·소송등 후폭풍 불가피

산업은행은 결국 후환을 없애는 것을 최우선의 잣대로 삼았다. 국책은행으로 국정감사와 감사원 등 시어머니가 줄줄이 많은 상황에서 몇 푼 더 받자고 무리하게 포스코를 끌어안을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산업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상황”이라며 “대우조선해양처럼 큰 딜은 항상 소송 가능성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만큼 누가 봐도 납득할 수 있는 투명하고 공정한 결정을 해야 한다”고 포스코 배제 이유를 밝혔다. 산업은행은 포스코의 입찰가격을 모르는 상황이다. 입찰제안서를 받을 때 비가격적 요소와 가격을 나눠서 받았다. 비가격적 요소에 대한 평가를 마친 후 가격을 확인하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게 된다. 오는 22일 공동매각추진위원회 위원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밀봉해뒀던 입찰자들의 인수가격과 산은의 최저 매도가격이 공개된다. 산업은행이 높은 가격을 이유로 결렬된 포스코 컨소시엄을 제외할 수 있었던 것은 ‘최저입찰가격’을 통해 최소한의 실리는 챙길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화나 현대중공업이 매각 최저가격을 웃도는 인수가격을 제시했다면 굳이 유찰시킬 필요 없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기게 된다. 유찰된다면 재입찰을 통해 포스코를 끌어들여 더 높은 가격에 매각하면 된다. 산업은행 고위관계자는 “최저입찰가격은 은행장이 직접 적어서 밀봉했기 때문에 열기 전에는 모른다”고 전제한 뒤 “파는 입장에서야 적정한 가격을 받기 원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는 말로 최저가격이 결코 낮지 않음을 시사했다. 산업은행이 포스코를 입찰에 참여시켰을 경우 소송과 정치적 논쟁 등 상당한 후폭풍을 견뎌내야 한다. 한화는 산업은행 측에 “포스코가 입찰에 참여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포스코를 참여시키면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것. 법적 분쟁 외에도 포스코를 감싸고 돈다는 의혹도 받게 된다. 국책은행으로서는 큰 정치적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법무법인이 “매각주간사가 포스코를 받아들이는 것은 입찰절차의 공정성을 현저히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의견까지 제시했기 때문에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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