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IMF 총재의 이날 발언에서 분명히 드러나는 것은 변함없이 정부 개입에 따른 초완화에 매몰돼 있다는 점이다. 반면 8일 발표된 IMF의 '금융안정 보고서'는 "선진국 초완화가 세계 금융시장에 새로운 위협을 가하고 있다"며 선진국 경제정책의 폐해를 강조했다. 심지어 호세 비냘스 IMF 금융안정국장은 "선진국들이 금융위기 이후 지난 6년 이상 엄청난 돈을 풀었지만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며 고르지도 못하다"면서 "초완화 덕택에 생산과 소비, 그리고 고용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너무 많은 돈이 위험자산으로 몰리면서 금융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총재가 전 세계를 상대로 초완화 확대를 주문하는 상황에서 내부 보고서는 폐해를 강조하니 IMF의 극단적 혼선이 어리둥절할 뿐이다.
한국 정부의 혼선 역시 어지럽긴 마찬가지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뉴욕에서 열린 '한국 경제 설명회'에서 정부의 재정건전성과 금리인하 여력 등을 강조하며 "한국이 세계 경제의 저성장 기조를 극복하는 선도주자가 될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에 반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워싱턴 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성장의 질이라는 문제가 있다"면서 "구조개선 정책을 병행하지 않으면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릇된 정책 처방이 초래한 재난이 얼마나 큰지는 1997년 말 외환위기를 포함한 누차의 경험에서 이미 확인된 바 있다. 대체 국민은 누구 말을 믿어야 옳을지 국제기구나 우리 정부의 혼선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 정치논리로 돈풀기에 연연하다 경제가 피폐해진 남유럽 국가들과 오랜 긴축 끝에 경제를 되살린 아일랜드와 영국의 경우를 똑똑히 보라. 정부는 성장률과 재정·금리여건 등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현재의 자신감이 지나치지 않은지 냉정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