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특별대담] 이용득 한노총 위원장-홍기화 KOTRA 사장

노조가 외자유치 동참하면 투자자들도 안심



그동안 사용자나 정부가 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을 겨냥해 펼쳤던 외자 유치노력에 노동계가 협력했던 사례는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단발성 행사에 그쳤을 뿐 지속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최근까지는 그랬다. 지난달 18일 서울 여의도 노총 회의실에서는 이색적인 행사가 열렸다. 해외투자 전문기관인 KOTRA와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노총)이 손잡고 ‘외국인직접투자유치를 위한 공동협력’을 약속하는 신사협정(MOU)를 맺은 것. 두 기관이 손을 잡은 것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활성화라는 대의에 너와 내가 없다는 인식을 공감했기 때문이다. 이를 놓고 재계 및 노동계 주변에선 한편 고개를 끄덕이는가 하면 또 다른 한편으론 고개를 갸우뚱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존 ‘노동운동의 방향’을 새롭게 바꾸는 시발점이 될 수도 있을 KOTRA와 한노총의 외자유치 협력 MOU체결 주체인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과 홍기화 KOTRA 사장을 초청해 바람직한 노사관계와 외국인 투자의 현주소, 그리고 향후 협력방안 등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용득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노동계도 사회의 중요한 주체”라며 “사회ㆍ경제적 발전을 위해 노조 역시 책임있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MOU체결은 노동계가 사회주체로서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가에 대한 첫 답변”이라며 “앞으로도 유사한 방식의 노력을 적극적으로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주변에서 한국노총이 KOTRA와 손잡고 외국인투자 유치에 나선다는데 놀라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일부에선 ‘노조가 왜 그런 일까지 하느냐’고 의아스럽다는 반응도 보였습니다. 하지만 노조도 사회의 주체입니다. 주체가 제 역할을 못하고 항상 다른 사람의 뒷다리만 잡았다면 잘못된 것이라고 판단했지요. 사회적 주체로서 건전한 외국자본을 유치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노조 운동이 다소 주체적이지 못하고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기도 했지만 이제는 노조가 사회적 주체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겠다는 차원에서 KOTRA와 손을 잡게 됐습니다. ▲홍기화 KOTRA 사장=저에게도 전화문의가 많이 왔습니다. ‘진짜냐’라는 질문에서부터 ‘어떻게 협력활동을 펼칠 것이냐’ 등등. 이번 MOU체결 전부터 이 위원장께선 KOTRA가 요청하는 직간접적인 협력에 많은 도움을 주셨지요. 한국하면 ‘강성 노조’를 떠올리는 외국자본을 설득할 필요가 있을 때 한노총 측이 전향적으로 도움을 많이 줬습니다. 지난해 일본과 미국에서 개최한 투자환경 설명회에 한국노총 수석부위원장이 동참하기도 했습니다. 설명회에 참가한 외국인 투자가들이 한노총 대표의 현장 목소리를 듣고 매우 좋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사실 지난 2001년부터 3년 동안 외국인 직접투자가 매년 20% 이상 줄었습니다. 이번 MOU는 아예 이 같은 협력움직임을 공식화하자는 공감대에서 형성된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 위원장=지금부터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노력 여하에 따라 업무협약이 형식적인 행사에 머무를지, 아니면 실질적인 시너지를 발휘해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결정되는 것이지요. 외자유치 전문 주체기관은 KOTRA가 아닙니까. 노총은 서포터로서 (KOTRA에) 여러 가지를 협조해 드릴 생각입니다. 국내기업이 해외에서 경쟁할 때 제일 걸림돌이 되는 게 노사관계라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이 부분에선 국내 언론에 대해서도 섭섭한 감정이 많습니다. (뉴스를 위해) 노사관계의 부정적인 것만 보여주고 확대 해석하다 보니 (해외에) 잘못 비춰지는 부분이 많았지요. 이번 협약을 통해 노조의 입으로 직접 이 같은 오해를 풀어내볼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정부나 사용자, KOTRA가 아무리 설명하더라도 신뢰도는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당사자가 직접 나서서 설명한다면 의혹을 떨치고 진심에서 받아줄 것으로 믿습니다. 이참에 KOTRA에 한가지 더 제안하고 싶습니다. 이미 국내에 진출한 해외투자가들에게도 유사한 기회를 마련해 주신다면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노사관계 개선을 위한) 컨설팅 등을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홍 사장=한노총과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척 많을 것 같습니다.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계 기업들에게 유사한 기회를 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양측의 협력관계가 공고히 될 수 있도록 가장 먼저 공동 행사를 하나 치르고 싶습니다. 물론 위원장께서 수용해주시고 적극적인 지원을 해 주셔야 하는데.(홍 사장은 잠시 말을 그친 채 이 위원장의 반응을 기다렸다) 우선 이달말 방송사의 열린음악회를 통해 ‘외국투자가의 밤’ 행사를 기획했습니다. 그때 산업자원부장관과 주요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들과 함께 위원장이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위원장도 참석하겠지요. ▲이 위원장=(짧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예. ▲홍 사장=월드컵 기간에도 투자유치 행사를 벌일 계획입니다. 다음달 18일에는 프랑크프투트에서의 투자유치사업을, 6월말에는 뉴욕과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해 투자유치설명회를 갖기로 했습니다. 한국노총의 입장과 외국투자가에 대한 노조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기회를 갖고자 합니다. 이번에 바쁘시더라도 위원장께서 꼭 한번은 직접 참석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 위원장=외국인 투자를 새로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에 있는 외국기업들을 대상으로 한국 노사문화의 참모습을 제대로 전달할 필요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외투기업이 국내 노사문화에 대해 불필요하게 오해를 갖는 대목도 적지않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대주주가 사우디아라비아인 한 대기업의 경우 노조가 관례적으로 조합원들에게 큼직한 선물을 하나씩 사주기로 했지만 대주주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규정에 없으면 안 된다는 거지요. 그런 것을 왜 주느냐, 그렇게 할 수 있는 규정이 어디에 있냐는 식이지요. 일종의 문화 차이라고 볼 수 있죠. 자칫 오해가 오해를 낳을 수 있는 빌미로 작동하기도 합니다. 이 같은 오해를 없애기 위해 공식적인 마당 같은 다양한 기회를 마련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정례적인 자리를 마련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실 수 있겠지요. ▲홍 사장=예. 적극 검토하겠습니다. 현재 국내에 있는 외국인 투자기업은 1만4,700개사입니다. 이중 외국인 지분율이 50%를 넘는 기업은 8,000개 정도입니다. 이들을 위한 자문위원회가 있는데 이 위원장을 특별자문위원으로 모시기로 결정했습니다. 외투기업 자무위원단을 운영하면 여러 가지 고충에 관한 문제나 해결해야할 부분, 사회 전반적인 애로사항 등을 논의하게 되지요. 이 위원장도 직접 참석하는 정기적인 모임을 가질 계획입니다. ▲이 위원장=더불어 언론인들을 만날 때마다 노사관계에서 성공적이고 모범적인 사례를 많이 발굴해서 보도해 달라고 요청합니다. 전체 노조 중에 1~2%만이 주로 싸웁니다. 싸우는 곳이 또 싸우고 그러는데(대담 참가자 동시에 웃음), 마치 100% 모두가 싸우는 것처럼 비춰지니 아무래도 불리하죠. 이번에 KOTRA와의 협정조인식이 방송에는 거의 나오지 않더군요. 노조가 뭐 그런 것까지 하느냐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홍 사장=섭섭해하지 마십시오. 이번 조인소식이 전해지자 외국기업들이 우선 놀라더군요. 이 위원장의 인터뷰나 발표자료에서 외투기업이나 자본에 대한 새로운 견해에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또 한국의 노사정이 아직도 삐걱거리고 다른 한편에 강성노조도 존재하는 상황에서도 ‘한국노총이 외자 유치를 위해 발벗고 나서는 게 대세’라고 기업들도 느끼게 된 것이지요. 물론 외국인들은 여전히 한국의 노동활동에 대해 매우 도전적이고 투쟁적이라는 강한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만. ▲이 위원장=노동운동가들이 그동안 국민들에게 비춰지는 모습을 바로잡기 위해 홍보나 이벤트 등의 노력을 게을리한 것도 사실입니다. 한국노총은 50~60대 연령층의 시각을 갖고 있었던 적도 있습니다. 이제는 30~40대의 눈높이에 맞출 방침입니다. 그래서 제가 2004년 위원장을 맡은 뒤에는 시ㆍ도지역 본부장을 불러모아 지방자치단체의 외자유치 때 함께 나가라고 했어요. 경기도는 자주 나가면서 성과를 거두기도 했죠. 저도 유럽연합(EU)이나 미주ㆍ오세아니아 지역 등 외투기업 대표들을 모시고 조찬강연도 했습니다. 우리 노사관계도 달라져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의 노사관계는 주로 지난 80년대말에서 90년초에 노선이나 기조들이 형성됐어요. 이렇게 형성된 기조는 상황이나 환경이 변하면 같이 변경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노사관계는 항상 대립적이고 적대적이며, 노사간에 만나면 어용이라는 식입니다. (참석자들 동시에 웃음) 앞으로는 바뀌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사회적 주체로서 국민을 위해 노총이 할 수 있는 부분이라면 무엇이든 다 하려고 합니다. ▲홍 사장=(반색하며)그럼요. 고마운 말씀입니다. 저희도 도움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지만 다른 영역에서도 많은 기여를 하실 것으로 믿습니다. ▲이 위원장=외국인 투자 유치는 노동조합이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방적으로 돌려받고 얻는다는 것을 기대하진 않습니다. 일자리가 창출되면 당연히 노동조합 대표자로서 소임을 다한 것이지요. 경제가 발전하면 노사정의 한 주체로서 국민들에게 기여했다는 차원에서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홍 사장=건전한 외국자본 유치라는 대의를 위해 결단을 내린 한국노총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두 기관이 계획하고 있는 다양하고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안정적으로 정착되기 전에는 위원장의 관심과 의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위원장님의 적극적인 리더십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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