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거품제거 저가PC 만들어야 산다”

◎IMF시대 내년엔 구매감소 불보듯/업계, 값싸도 다기능·고성능화 주력/외관도 키보드 모양따라 차별 출시「IMF형 PC를 개발하라」 삼성전자·삼보컴퓨터·대우통신 등 PC업체들이 국제통화기금(IMF) 시대를 맞이해 「거품 제거형」 제품 개발 및 마케팅 전략 마련에 나서고 있다. IMF 한파에 영향을 받아 소비자의 구매 행태가 「실용주의」로 바뀌면서 내년 PC 경기는 불황인 올해보다 더욱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환율 급등으로 제품 원가가 크게 오름에 따라 「거품 제거」를 통해 가격 인상 요인을 흡수하려는 전략도 작용하고 있다. 소비자의 구매력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가격인상은 곧바로 판매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 방식은 예년과는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단순히 제품 사양을 낮춘 저가형 제품을 내놓기보다는 ▲설계의 최적화 ▲옵션의 다양화 ▲판매 기법의 혁신 등을 통해 성능은 비슷하면서 가격은 저렴한 소위 「본질」에 충실한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거품은 줄이더라도 사양은 최고급으로」. 삼성이 내년 2∼3월 출시를 목표로 한 신제품의 슬로건이다. 삼성이 「혁신적」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 제품은 ▲최적 설계로 다양한 기능 통합 ▲회사 이익 최소화 ▲불필요한 기능 제거 등을 통해 기존 성능을 유지하되 가격은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책정될 예정이다. 또 겉모양과 키보드의 형태도 가격대별로 소비자의 특성에 맞게 만들어 차별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삼성은 이를 통해 지난 94년 삼보를 제치고 국내 1위로 올라서는데 선봉장 역할을 담당한 「그린 PC」의 돌풍을 다시 한번 일으킨다는 각오다. 삼보는 최근 내놓은 업그레이드 보장형 PC 「체인지업」을 본질에 충실한 제품으로 자체 평가하고 있다. 최근같은 불황에도 「체인지업」이 「때아닌 호황」을 누리는 이유도 업그레이드를 보장하는 소비자 지향적인 정책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정철 부사장은 『삼보는 불황이든 호황이든 소비자를 위한 거품 제거 정책을 지속적으로 벌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삼보는 내년 상반기에 애프터서비스(AS)와 교육의 거품을 제거해 제품 가격을 낮출 방침이다. 제품 가격의 평균 5%를 차지하는 이들 관련 원가를 모든 제품에 일제히 적용하는 것은 오히려 소비자에게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논리다. 삼보는 착탈식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를 채용한 제품을 늘려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소비자가 직접 가지고 와서 AS를 받는 분위기를 조성해 나갈 방침이다. 이를 통해 전체 AS 비용을 낮춰 제품 가격의 거품을 없애기로 했다. 또 내년 하반기에는 소비자들이 CPU나 메모리, HDD 등 부품의 사양을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주문생산방식(BTO)을 고가 제품부터 적용해 「거품 제거」정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대우도 제품 설계의 최적화를 통해 주기판 크기와 필요없는 부품의 수를 줄여 원가를 지속적으로 절감하기로 했다. 또 저가형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인텔의 마이크로프로세서(MPU)보다 40% 정도 저렴한 AMD·사이릭스 등 비인텔 계열의 MPU를 채용한 제품을 늘려 나갈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IMF 여파로 내년도 PC 시장의 전망은 그리 좋지 않지만 이를 극복하려는 업체들의 노력은 오히려 국내 PC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소비자 지향적인 정책이 자리잡는 좋은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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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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