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노선 1,255원' 넘어 대부분 적자수출원ㆍ달러 환율이 급기야 1,240원대 아래로 떨어지면서 우리 기업들의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약화된 가격경쟁력을 메우기 위한 수출가격 조정이 쉽지 않아 채산성 악화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기업들은 최근 회복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수출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을 수출하는 중견업체인 K사는 올들어 지난 4월까지 150만달러를 수출, 지난해 실적(400만달러)을 앞지를 수 있을 것으로 낙관했으나 최근의 환율 급락으로 오히려 '출혈수출'에 따른 손실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경쟁국인 중국의 수출 가격이 국산의 절반에 불과한 상태에서 간신히 수지를 맞춰왔으나 최근의 환율동향으로 채산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며 "현재 10% 정도의 가격 인상요인이 발생했으나 바이어와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이를 한꺼번에 반영하기는 불가능한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대기업들의 상황은 이보다는 나은 편이나 적자수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올해 기준환율을 1,150원으로 잡은 현대ㆍ기아자동차는 지금까지는 느긋한 입장이었으나 최근의 환율 하락이 예상 외로 빨리 진행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반도체 값에 이어 환율 하락이 동시에 겹치자 비상계획을 가동하면서 환차손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짜내느라 골몰하고 있다.
현대ㆍ기아자동차의 한 관계자는 "올해 기준환율을 낮게 잡아 1ㆍ4분기에는 400억원 이상의 이익을 봤다"면서 "하지만 지금과 같은 원화절상 속도라면 앞으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도 "환율이 100원 떨어질 경우 매출은 2조5,000억원, 순이익은 1,000억원 가량 줄어든다"면서 "수출입대금 납입시기와 방식을 조절하면서 환차손을 최소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무역협회가 조사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국내 수출업체들의 손익분기점 환율은 1,255원 수준. 이미 대부분의 기업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의 적자수출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중화학공업 부문이 1,248원, 경공업 부문이 1,266원으로 나타나 환율 하락으로 플라스틱ㆍ고무제품(1,274원), 섬유ㆍ직물(1,263원), 생활용품(1,262원) 등 경공업 분야의 중소 수출업체들이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정부가 적극적인 시장 대응으로 환율 하락속도를 최대한 조정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박양섭 무역협회 실장은 "연초 대부분의 기업들이 원ㆍ달러 환율을 1,300원으로 예상하고 사업계획을 짠 만큼 최근의 환율 하락은 기업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며 "정부가 환율 하락속도를 다소 늦춰 기업들이 새로운 환경에 충분히 적응해나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강동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