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연초부터 3高 역풍] '원화, 엔화에도 강세' 수출기업 울상…

서민 '물가폭탄' 비상<br>사흘만에 30원 이상 떨어져 원·달러환율 가파르게 하락<br> 당분간 흐름 반전 쉽지않을듯


환율이 급락하는 가운데 5일 중구 명동 외환은행 본점 글로벌마켓 영업부 딜러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s020792@sed.co.kr

환율 움직임이 새해 벽두부터 심상치 않다. 새해가 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미끄럼을 타고 있고 속도마저 가파르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달러당 1,170원을 넘었는데 불과 일주일 새, 영업일 기준으로는 사흘 만에 30원 이상 떨어졌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원화가 달러는 물론 엔화에 대해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 지난해 말 100엔당 1,300원대를 훨씬 넘었던 원ㆍ엔 환율은 1,240원대까지 낙하했다. 대외경쟁력을 걱정해야 하는 수출기업으로서는 연초부터 이중고를 겪게 됐다. 원화 강세를 가져온 근본적인 원인이 견조한 한국경제라는 점을 감안하면 경제의 튼실함이 도리어 수출기업들에는 부담을 주고 있는 셈이다. ◇넘쳐나는 달러 매도…'크로스 거래'까지 급증=새해 들어 서울 외환시장의 분위기를 보면 온통 환율을 떨어뜨릴 요인들만 가득하다. 당장 우리 경제에 대한 밝은 신호들이 원화를 아래 방향으로 밀고 있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팀장은 "어느 나라의 경기가 금리를 인상할 만큼 좋으냐고 판단할 때 답은 역시 한국"이라며 "성장률도 그렇지만 재정여력이 상대적으로 튼실한 점도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의 펀더멘털은 글로벌 경기회복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 심리와 맞물려 역외세력의 달러 매도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30일부터 매도 기미를 보이기 시작하더니 새해 초에는 강도를 높이고 있다. 4일과 5일 이틀 동안에만 무려 25억달러 가까이 팔자(). . 또 하나, 새해 초 환시에서 꼭 짚어봐야 할 게 원화와 엔화ㆍ달러의 3자 고리에서 형성되는 부분이다. 외환시장의 한 당국자는 엔화 약세에 따른 이른바 '크로스 거래'에서 답을 찾았다. 엔화는 지난해 11월27일 달러당 84.79엔까지 떨어졌다가 91엔대까지 훌쩍 올라섰다. 엔화 약세 기운에 역외세력들은 도쿄 환시에서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인 뒤 서울 환시에서 다시 이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엔화 비중을 줄이고 이익을 더 남길 것으로 보이는 원화 비중을 높이고 있는 셈. 원ㆍ엔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250원 아래로 내려가고 5일 장중 1,237원까지 내려간. . ◇하향 조정되는 환율 전망…1,100원 벽도 깨질까=외환당국은 원화의 절상속도를 최대한 늦추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30일부터 개입에 들어가더니 연초에는 그 강도가 부쩍 강해지는 양상이다. 하지만 원화의 절상흐름 자체를 막기는 힘들다는 게 당국의 솔직한 판단이다. 한 외환시장 딜러는 "외환당국이 특정한 환율 레벨을 규정해서 개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하락 속도를 누그러뜨리는 정도에만 머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점을 감안하듯 새해 초 해외 투자가(IB)들이 보는 원화의 수준도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 BNP파리바와 소시에테제네랄ㆍ스탠다드차타드 등 대부분이 올해 원화 가치가 전년 말 대비 10% 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반영하면 원ㆍ달러 환율은 1,050원 수준까지도 내려설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단기적으로는 하락에 따른 경계감 등으로 1,130~1,140원 정도에서 조정을 받을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추가 하락을 예상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 팀장은 "달러는 물론이고 유로화와 엔화 등 주요 통화에 대한 지지선이 모두 깨진 상황"이라며 "당분간 하락 흐름을 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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